공아트스페이스 개관 특별전전통과 현대의 조화 추구, <인사동을 스치는 시선>, <한국미술의 힘>, <행복한 그릇> 전 열어

이상원의The Street-인사동길 518x130cm oil on canvas 2010
서울 인사동 한복판에 한복의 뒤태를 닮은 대형 전시공간이 들어섰다.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의 갤러리 테마 빌딩 '공아트스페이스'이다.

지난 30년간 인사동에서 국내 고미술 화랑을 대표해온 공화랑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하는 열린 문화예술공간으로 새롭게 출발한 것.

공아트스페이스(대표 공창호)는 지하 3개 층을 고미술 전문전시장과 감정, 대동문화재연구소의 전통미술 아카데미, 북카페 공간으로 운영한다. 지상 4개 층은 현대미술 중심의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며 아트페어 등 대형 작품 전시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공아트스페이스는 확장 이전, 재개관을 기념해 세 편의 특별전을 9월 15일부터 10월 10일까지 연다. 하계훈 미술평론가와 이건수 월간미술편집장이 기획한 전시는 인사동의 다양한 표정을 담은 <인사동을 스치는 시선>, 한국 현대미술의 중추를 확인할 수 있는 <한국미술의 힘>, 한국적 정물화의 현재를 볼 수 있는 <행복한 그릇> 등으로, 공아트스페이스의 앞으로의 전시방향을 가늠케 한다.

<인사동을 스치는 시선> 전은 한국 전통의 거리로, 외국인들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인사동을 사실적, 혹은 상징적으로 바라보는 작가들의 다양한 관점을 담아냈다. 좁게 보면 인사동이란 전통문화의 중심지를 향한 것이기도 하고, 넓게 보면 도시까지 확장된 시선이기도 하다. 전시를 기획한 하계훈 미술평론가는 꾸준히 도시와 그 속의 일상을 작업해온 작가 8명을 선정했다.

남현주의 공존Ⅴ 162×130cm 장지에 채색 2010
현대인들의 휴식과 여가의 공간을 관찰하는 이상원, 도시 풍경 속에서 꾸준히 자아를 찾는 송지연, 고인 물에 비친 풍경을 담아온 이예린, 공간 속에서 부유하는 인간을 포착한 김진, 얼굴을 제외한 인체의 부분에 집중하는 홍성철, 장소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초현실적으로 표현하는 윤병운, 인사동에서의 추억과 조상의 숨결, 신기한 것을 영상으로 담아온 박준범, 전통공예와 병풍, 서양의 골동품을 채색화에 담은 남현주 등이 그들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 인사동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10월 5일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과 진실성은 무엇일까?' <한국미술의 힘> 전은 바로 이 질문에서 비롯된 연작이다. 2002년 한국 현대미술 1세대 작가들에 대한 작품론을 묶어 펴낸 <토착과 자생>에 이어 1세대 작가들을 포함해 그 이후의 전통을 계승하는 작가를 추가한 신간 <혼을 구하다>의 새 주인공 10인의 작품을 모았다.

'누벨바그 동양화의 종손' 김병종, '생각하는 조각가' 안규철, '한국 추상조각의 전통' 엄태정, '한국 현대도예의 산 역사' 윤광조, '한국 추상회화의 도전과 극복' 윤명로, '실험미술의 대부' 이강소, '우리 시대의 아이콘화' 이만익, '국제아트페어의 슈퍼스타' 전광영, '포토리얼리즘의 개척자' 주명덕, '그리기에 대한 끝없는 회의' 최인선 등이다.

이건수 기획자는 우리 미술이 지닌 오늘날의 가장 큰 문제점을 미술의 연속적인 단절을 가져온 현실, 이로 인한 세대와 시대 간의 격차와 불통이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자신의 길을 만든 중견작가들을 통해 우리 미술은 어디에 어떤 이유로 존재하는지 가늠하고 한국 현대미술의 '허리'를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행복한 그릇> 전은 과거와 현재의 단절이 아닌, 계승과 변용을 살펴본다는 점에서 <한국미술의 힘>과 맥락을 같이한다. 기획자 이건수는 한국적 정물화인 '기명절지(器皿折枝)'의 정신이 어떻게 현대미술 속에서 드러나는가에 대한 의문과 젊은 작가들이 세계와 대상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김병종의 생명의노래 춘삼월_160.5X119.5cm_닥판에먹과채색_2009~2010
사진, 조각, 페인팅, 설치 등 정해진 규칙이나 틀이 없이 다양하게 풀어낸 현대 작가들의 정물 작품 속엔 과거와는 또 다른 형태의 덧없는 욕망들이 꿈틀댄다.

전통 문인화의 문자향이 위트 있게 가미된 문구류의 김선두, 식물을 회화 같은 사진작업을 통해 생명에 대한 반성과 재구성을 하는 구성수, 고서(古書)의 무게감과 신뢰에 탐닉하는 김중만, 변형된 시점의 과일 릴리프의 박선기, 메이플소프의 작품을 실크스크린으로 재생한 노자영, 색색의 도장이 모여 하나의 도자기를 완성하는 이관우, 호피와 범피의 극사실성이 주는 패션 광고 이미지의 정해진 등 16인 작가의 작품이 거대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그 외 플로리스트 헬레나 유승재, 가구디자이너 이무규의 설치 작품이 전시 공간을 화려하고 의젓하게 꾸며주고, 영화 <취화선>에서 여러 묵객들이 한 장에 그려낸 '기명절지도'도 최초로 전시된다. 아래 두 편의 전시는 10월 10일까지다.

한편 공아트스페이스가 운영하는 대동문화재연구소는 개관을 기념해 9월 29일부터 조선시대 회화미를 감상할 수 있는 <거화추실(去華趨實)>전을 마련한다. '거화추실'은 예술에 있어서 화려한 꾸밈을 없애고 알맹이의 내실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공아트스페이스가 지향하는 전시 철학을 조선시대 옛그림과 도자기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02)735-9938


이강소_Emptiness-10061409_91x116.7cm_Acrylic on canvas_2010
이관우의 응집(condensation),163cmX130cm,korean stamp & mixed media
김중만의 책방,PARIS_600x900mm_잉크젯프린트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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