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_80x40cm'
고요한 풍경 속에서 넌지시 말을 걸어오는 장미. 마치 부드러운 손길처럼 장미향이 콧등을 간지럼 핀다. '장미화가'로 불리는 김재학 작가의 작품 속엔 마치 살아있는 듯한 장미들이 정물화처럼 고요 속에 피어있다.

하이퍼리얼리즘 작품과 같이 정교하고도 섬세하게 묘사된 장미들은 그 자체의 리얼리티에서 전해지는 냉철함보다, 오히려 박동하는 생명이 지닌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아카데미즘 회화 고유의 필치를 근간으로 하여 그 위에 극사실적 터치로 장미의 재현성을 부각시켰지만, 배경이 되는 공간은 오히려 추상적으로 표현하며 전혀 다른 필치를 선보인다.

배경을 가득채운 거친 붓질은 사진처럼 재현된 장미의 생명을 죽이기보단, 오히려 그 어떤 극사실회화보다도 더욱 생명력 있는 재현성을 이루어냈다.

또한 배경은 장미 고유의 아우라를 머금고, 그 대상이 전하고 있는 내면의 이야기를 충실히 표현하고 있다. 장미의 나직한 속삭임 속에서 깊은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10월 15일부터 10월 30일까지. 갤러리 송아당. 02)725-671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