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SH100024'
'물방울 작가'로 불리며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한국의 대표작가 김창열이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지치지 않는 예술혼으로 대규모 근작전 <회귀>를 선보인다.

1972년경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작업해온 그의 물방울 작품들은 1990년대 이후 <회귀> 시리즈로 더욱 발전돼 왔다. 특히 <회귀>라는 작품은 그의 나이가 환갑을 넘길 즈음, 인생의 한 고비를 넘기는 시점에서 지은 제목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다시 태어나 새로 시작하는 원점으로 되돌아간다는 '회귀'의 의미는 작가 자신에게도, 물방울과 함께 했던 그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전환점이었을 것이다.

그의 그림은 처음에 캔버스의 거친 마대에서 출발해, 점차 신문지, 모래, 나무판 등 다양한 재료를 끌어들이며 나아갔다. 그는 특히 신문지의 활자 위에 물방울을 그려 넣곤 했는데, 그 이유인즉슨 활자들이 물방울과 함께 표현되면 조형적으로도 물방울의 투명성이 더욱 강조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90년대 <회귀>시리즈부터는 본격적으로 '한자'를 그려 넣음으로써 동양적인 운치가 강조됐다.

그의 작품 속의 물방울들은 흘러내릴 듯, 깨어질 듯 온 몸이 불안으로 점철돼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안은 모든 고통이 '공(空)'과 '허(虛)'가 되는 평화의 세계이다. 염불을 외듯 물방울을 그리는 작가 김창열의 근작전에는 500호, 1000호 등의 대작을 포함해 50여 점의 물방울 작품이 나와 있다. 10월 8일부터 11월 7일까지. 갤러리현대 강남. 02)519-080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