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place(진정한 자리)'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 속에 작가의 의지대로 색과 면을 채워간다. 일상의 공간(real)과 상상의 공간(unreal), 그리고 그 사이에 위치하는 주체에 관한 의문에서 기인한 작업은 실제와 환상을 넘나들며 무한한 의미를 형성해 나간다.

화면 속에 나타나는 식물 이미지 속엔 지시적인 의미만이 아닌, 회화적인 모든 상상력이 응축돼 있다. 하나의 표현체로 거듭난 식물은 이로써 무한한 내러티브를 발생시키며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수묵 드로잉으로 시작된 식물 이미지는 반대로 화려한 색감을 입음으로써 역설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그저 동화적이고 몽환적인 세계에 머물렀던 식물은 이제 보는 이에게 긴장감을 안겨준다. 인간처럼 식물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 역시 성장과 소멸을 반복하며, 소멸하는 것으로 다시 생명을 얻는다.

작가는 식물 외에도 하늘, 땅, 화분을 소재로 선택하여 화면을 구성해 나간다. 언뜻 보면 매우 평화로워 보이는 색감과 구성은, 그렇기에 더욱 현대인들의 정서를 자극한다. 마음을 자극하는 것은 인공적인 것이 아닌, 자연적인 것에 있다. 모두가 꿈꾸는 유토피아, 그러나 작가는 그것만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한다. 10월 15일부터 10월 31일까지. 갤러리 아트사간. 02)720-4414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