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스페인 인형극의 세계> 展수교 60년 맞아 18세기서 최근까지 작품 선보여

12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왕의 남자>에는 한국 영화사상 전례 없는 남사당패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그들은 풍물, 줄타기(어름), 꼭두각시놀음(덜미) 등으로 시선을 잡아끄는데 그중에서도 공길의 작은 인형극은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공길과 장생, 그리고 연산 사이의 내밀한 감정을 은근하게 들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인형극은 조선 시대 후기, 남사당패의 서민을 위한 공연예술로서 흥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인형극은 꼭두각시놀음과 서산 박첨지 놀이, 발탈공연 정도다. 그마저도 많이 잊혔다.

올해로 한국과의 수교 60주년을 맞은 스페인에서는 인형극이 중요한 공연예술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200개가 넘는 전문 인형단체가 활발히 활동 중이고 지금까지 10회 이상의 국제 인형극 축제가 열렸다.

지난 10월 5일부터 국립극장 내 공연예술박물관에서는 국립극장과 스페인문화교류진흥원 및 톨로사이니셔티브 공동 주최로 <한국과 스페인 인형극의 세계> 전이 열리고 있다. 스페인 인형 관련 전시는 이번이 처음으로, 이번에는 스페인뿐 아니라 포르투갈의 인형도 함께 전시된다. 작품 제작연대는 18세기부터 최근까지를 아우르는데, 점차 전통적인 인형극이 영화제작자, 비디오 아티스트, 로봇 제조자들과의 협업으로 진화해가는 중이다.

별오름극장에 자리한 전시관에 들어서면 생김도, 크기도 제각각인 인형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나란히 서고 앉은 인형들은 배역에 따라 화려한 궁중의상을 걸치거나 허름한 행색을 하고 있다. 헝겊 또는 나무로 제작됐는데, 그 중엔 사람 크기만 한 것도 있다.

전시관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작품은 스페인의 현대 화가 호안 미로가 공동 제작한 인형 탈이다. 길쭉한 코와 툭 튀어나온 눈, 비정상적으로 큰 발은 기괴함과 익살스러운 호안 미로의 화풍을 고스란히 입체 작업해 놓은 것 같다. 이는 인형극이 아닌 인형 축제 때 야외에서 사람이 쓰고 다녔다. 공동제작자인 조안 바이사스(무대미술가, 행위예술가)는 이번 전시 개막 때 조명을 이용한 그림자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스페인과 한국 인형극의 가장 큰 차이는 공연예술화되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스페인의 인형이 훨씬 정교하고 화려하다."(하을란 전시기획자)

이번 전시에서 한국 인형은 실물 전시보다는 영상과 체험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발탈공연 보고 배우기'는 전시기간에 4차례, '나만의 발탈 만들기'는 매주 토요일 체험이 가능하다. 전시는 내년 1월 9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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