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딕 포커스''시댄스'와 서울아트마켓 공동…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무용단 소개

수잔나 레이노넨 무용단의 '그리고 선이 흐려지기 시작하다 And the Line...' Photo by Sakari Viika
해마다 가을이면 국내에서도 세계 각국의 춤을 볼 수 있게 됐다. 종류도 다양해졌다. 기존의 러시아 발레, 미국과 유럽의 현대무용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전통춤도 균형있게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춤의 변방은 남아 있다. 특히 현대무용의 경우는 미국과 서유럽 일부 나라를 제외하곤 국내 관객에겐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올해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이하 시댄스)와 서울아트마켓(PAMS)가 함께 마련한 '노르딕 포커스(Nordic Focus)'는 이런 춤 수급의 불균형에 대한 작은 해법이라고 할 만하다. 무용계에서 소위 '비주류'로 알려졌던 북유럽 무용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그렇게 한국에 상륙했다.

비주류 무용의 '슈퍼스타K' 시댄스의 관심

국내에 큰 규모의 공연예술축제들이 생기면서 관객들은 양질의 현대무용 작품들을 마음껏 볼 수 있게 됐다. 세계 무용계에서 주류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의 무용단의 작품을 접하며 현재 현대무용의 흐름도 파악이 가능해졌다.

파르스 프로 토토의 '자매들 Sisters' Photo by Alda Jonsdottir
그동안 시댄스는 이에 덧붙여 또 하나의 전통을 확립해 왔다. 바로 비주류 또는 제3세계 무용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을 지속해온 것. 가령 이스라엘은 현재 국내에서도 오하드 나하린이나 호페쉬 쉑터와 같은 세계적인 안무가를 배출한 나라지만, 10년 전에는 현대무용의 변방 중 하나일 뿐이었다. 때문에 오늘날 국내에서 이스라엘 무용에 대한 인식에는 시댄스의 비주류 지역에의 꾸준한 관심이 거둔 성과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시댄스의 전통은 올해 정점으로 치달았다. 올해 프로그램에는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소위 무용의 선진국들이 아예 제외됐다. 스페인, 레바논 등과 함께 올해 시댄스가 주목한 지역은 북유럽. 그동안 북유럽의 현대무용은 국내엔 거의 소개된 바가 없었다.

춥고 어둡고 우울하게 느껴지는 북유럽 나라들의 춤은 어떨까. 시댄스는 이번 북유럽 무용을 소개하는 섹션을 '노르딕 포커스'로 하며 국내 관객에게 집중적으로 선을 보였다. 이번에 소개된 단체는 핀란드의 수잔나 레이노넨 무용단(Susanna Leinonen Company)과 덴마크의 키트 존슨 무용단(Kitt Johnson X-act), 그리고 아이슬란드의 파르스 프로 토토(Pars Pro Toto). 특히 아이슬란드의 무용이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2007년에 시댄스를 통해 이미 한 차례 소개됐던 덴마크의 키트 존슨 무용단은 공연 전 매진에 가까운 인기몰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종호 예술감독은 "처음엔 티켓이 팔릴지 자신이 없었는데, 확실히 관객들의 취향이나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한다.

세계 무용계의 블루오션, 노르딕

키트 존슨 무용단의 '낙인 Stigma' Photo by Joachim Ladefoged
북유럽 지역의 춤에 대한 국내 소개는 비단 시댄스만의 일방적인 제안인 것은 아니다. 해마다 시댄스와 비슷한 시기에 함께 열리는 서울아트마켓 내부에서 노르딕 지역에 대한 조명의 필요성이 제기된 원인도 있다. 매년 포커스 지역을 선정해 해당 지역의 공연예술 시장정보를 전달해온 서울아트마켓은 2006년 아시아, 2007년 유럽, 2008년 중남미, 2009년 북미에 이어 올해 북유럽 지역을 선택했다.

이곳이 선택된 이유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심지어 같은 유럽에서도 노르딕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는 배경이 있었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작품 세계는 공연예술 관계자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서울아트마켓은 올해 포커스 세션에서 노르딕 지역의 공연예술 정책을 비롯해 그 지역만이 지닌 독특한 환경 정보를 교류하기 위한 학술행사도 마련했다.

행사가 열린 지난 11일에는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 노르딕 국가의 공연예술 전문가들이 학술행사 '노르딕 세션'에 참가해 문화정책과 지원금 제도, 예술가들의 협력 관계를 중심으로 노르딕 공연예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이들 4개 국가의 한국 주재 대사관은 이날 행사에 참가한 국내외 공연예술 관계자들을 초청해 리셉션 행사도 가졌다.

학술행사 다음날부터는 양일간 본격적으로 쇼케이스가 이뤄졌다. 올해 핀란드 문화부가 무용계 '최우선 문화수출 프로젝트'로 선정한 수잔나 레이노넨의 <그리고 선이 흐려지기 시작하다>는 개인과 집단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을 통해 인간성의 접속에 대해 이야기했다.

뉴욕타임스로부터 '유럽 표현주의와 일본 부토를 적절히 혼합했다'는 평가를 얻었던 키트 존슨의 <낙인>은 인간 신체와 자연에 대한 정교한 탐구가 돋보였다. 아이슬란드 무용단 파르스 프로 토토의 <자매들>은 두 여성의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그 안의 욕망과 사랑, 삶과 죽음의 문제를 생기 넘치게 표현했다.

북유럽 무용은 이번 시댄스와 서울아트마켓을 기반으로 국내외 1000여 명의 관계자들과 만나 공연예술정보를 교류하면서 세계 무대에서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