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엔 언제나 시가 흐르지만, 유별나게 크고 못생긴 코로 인해 사랑하는 여인 록산느 앞에 연인으로 설 수 없는 시라노.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록산느의 연인 크리스티앙 대신 아름다운 시구가 담긴 연애편지를 써주는 것이다. 용감할 수 없었던 그의 고독한 사랑은, 그러나 사랑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1992년 <시라노 드 베르쥬락>으로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받은 김철리 연출이 2005년 이후 세 번째로 연출한 이 작품은 보안과 수정을 반복하며 더욱 새로워진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모든 남자 배우들이 꿈꾸는 시라노 역에는 개성파 배우 안석환이 분하면서, 그의 또 다른 연기 변신에 관객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랜만에 정극에 도전하는 뮤지컬계의 히로인 김선경이 록산느로 분하면서 두 남자 사이에서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깨달아가는 성숙한 여인으로 열연한다. 10월 22일부터 11월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 1644-2003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