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과천국제SF영화제] '우주와 생명' 슬로건으로 과학적 상상력의 향연 펼쳐

과학적 상상력의 향연이 펼쳐진다. 국내 최초 SF 영화제인 2010과천국제SF영상축제가 열린다. 최신작뿐 아니라 SF 영화사에 길이 남은 명작, SF 거장의 대표작을 상영한다. SF 영화 감독은 물론, 천문학자와 물리학자가 참여하는 강연도 흥미진진하다. 10월28일부터 11월7일까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우주와 생명'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다.

상상력의 뿌리부터 현재까지, 골라보는 상영작

개막작은 일본 애니메이션영화인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이다. 타니가와 나기루의 동명 라이트 노블을 영화화했다. 어느날 하루히라는 고등학생에 대한 주변의 기억이 모두 사라지자, 그를 기억하는 유일한 친구인 ?이 하루히를 찾아 나선다는 내용. 학원물, 멜로, 코미디 등의 장르적 요소를 두루 갖추어 SF 마니아가 아닌 관객도 충분히 도전할만하다.

SF 마니아라면 SF 영화의 현재를 보여주는 'SF, the Contemporary' 섹션을 주목해 보자. 빈약한 상상력을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치장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와는 다르게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독창적인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철인28 1/2호: 망상의 거인>은 작년 1~2월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공연된 연극 <철인28호>의 무대 뒷 이야기다.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오가는 독특한 시선을 보여준다. 제목은 이탈리아 영화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8 1/2>에 대한 오마주다.

마크 골드스타인 감독의 <>은 천재적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재능을 가진 가정용 로봇 '글렌'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며, 브렌드 스펜서 감독의 <>는 한 강력계 형사가 과학을 신봉하는 집단의 일원인 르누아르와 130살 된 마법사 처칠과 함께 지구를 멸망시키려 하는 계시록의 음모를 파헤친다는 내용으로 B급 영화의 정서를 가득 담고 있다.

'마스터피스' 섹션 상영목록에는 SF 영화의 고전들이 빼곡하다. 프리츠 랑 감독의 1927년작 <>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작 <>를 비롯해 존 카펜터 감독의 1981년작 <뉴욕탈출>, 뤽 베송 감독의 1983년작 <마지막 전투> 등이 상영된다. 이들 영화 상영 후에는 민병천, 장준환, 이명세 감독 등 한국 영화의 SF 감성을 대변하는 감독들과의 만남이 마련된다.

전세계에서 가장 흥행한 SF 시리즈 중 하나인 로버트 저맥키스 감독의 <백 투 더 퓨처> 전편이 연속 상영되는 심야상영도 마련되어 있다. 1985년에 1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후 3편까지 만들어진 이 영화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모험담이다.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마티는 괴짜 발명가인 에멧 브라운이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종횡무진 누빈다. 주연을 맡은 마이클 J. 폭스의 앳되고 건강한 예전 모습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10월30일 자정부터 시작한다.

이외에도 구 소련과 러시아의 SF 영화를 모은 '어메이징 러시안', 일본 SF 애니메이션 영화의 양대산맥인 오시이 마모루 감독과 안노 히데야키 감독의 대표작을 상영하는 '두 전설-오시이 마모루 VS 안노 히데야키', 직경 25미터 스크린이 설치된 천체투영관에서 열리는 '2010 국제천체투영관영화제' 섹션 등이 있다.

메트로폴리스
인문학을 가로지르고 일상과 만나는 SF 강연

과학자들이 직접 진행하는 특별 강연들은 SF적 상상력이 어떻게 철학과 문학, 역사와 일상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물리학자 정재승과 소설가 김탁환이 SF 소설 <눈 먼 시계공>을 함께 쓴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 스토리텔링'에 대해 이야기하고, 과학자들은 'SF로 인문학 보기, 인문학으로 SF 읽기', '가상 세계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SF 영화 속 과학을 찾아서: 과학과 SF가 만나는 세 가지 층위' 등의 화두를 던진다. 일본 최초의 우주인이자 일본 과학미래관 관장인 모리 마모루도 방한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이명현 연구원은 외계에 대한 인간의 유구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강연을 마련했다. 우리처럼 지적 능력을 가진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 현황을 전해준다. 이명현 연구원은 현재 '한국형 외계지적생명체 탐색'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론 강연은 물론, 전파망원경으로 외계를 관측하는 실습 강연도 진행된다.

SF 영화 제작의 뒷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마스터 클래스'에는 <아이언 맨>, <트랜스포머>, <캐리비안의 해적>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특수 효과를 담당한 홍재철 기술 감독을 초청했다. SF영화 속 특수 효과의 역사와 최신 할리우드 SF 영화 제작 과정, 세계 SF영화 시장의 추세 등을 설명해줄 예정이다.

한국 독립 SF 영화의 현황을 짚는 기회도 있다. 김영진 영화평론가와 <이웃집 좀비>의 오영두 감독, <불청객>의 이응일 감독이 참석한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세부 일정은 홈페이지www.isff.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파라독스
글렌, 플라잉 로봇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