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_117×80cm'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1993년 이래 한동안 화단과의 인연을 끊으며 독학으로 동양학을 공부했다. 미술에 대한 도전 의식과 패기, 실존적 성향을 지닌 미술학도였던 젊은 시절의 그는 세월이 흘러 '치유'와 '평안'을 그려낸다.

내 안의 숱한 자아와 싸워야 했던 지난날의 한명호는 '한오'로 이름을 바꾼 후, 미술로서 자신과 남을 치유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선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평온한 빛을 머금고 있다.

그에게 있어 미술은 '자신을 치유하는 가장 친숙하고 좋은 방법'이다. 정체를 알 수 없던 내 안의 우울이 캔버스 위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얼굴을 맞댄 두 자아가 화해하고 포옹할 수 있는 수단으로, 그는 그림을 그려 왔다. 그래서인지 녹색 빛을 머금은 그의 작품 속에선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보듬어주는 작가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진다.

그림 활동을 재개한 2009년 이래, 그의 첫 개인전은 숲과 나무 그림으로 빽빽이 채워졌다. 이어서 두 번째 개인전에서는 백호, 황소, 말, 닭 따위의 짐승과 인간이 등장하고 이번에 선보이는 세 번째 개인전은 초록 풀밭에 피어난 꽃들이 등장한다.

나이프로 두껍게 밀어올린 거친 풀밭 가운데 피어난 몇 송이의 꽃이, 힘겨웠던 지난 세월을 위로하듯 그윽한 향을 풍긴다. 10월 11일부터 11월 12일까지. 갤러리 두인. 02)567-1212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