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귀'
사람의 신체는 하나같이 신비롭지만, 그 중에서도 작가의 흥미를 끄는 것은 바로 '귀'였다. 우선, 귀는 구조적으로 소리를 안쪽으로 모으는 절묘한 모양새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단단한 듯 부드러운 뼈는 유유히 곡선을 그리며 외부의 소리를 감싸 안고, 그것이 설령 쓴 소리라 하더라도 묵묵히 자기 안에 새겨 넣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귓속 달팽이관은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아주 중대한 역할을 한다.

작가는 바로 이 부분에서 '중용'에 대해 생각한다. 귀는 울 줄도 모르고, 소리 내어 불만을 토로하지도 않는다. 눈처럼 감을 수도, 입처럼 다물 수도 없이, 항상 열린 몸으로 세상의 모든 소리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그러면서도 방황하지 않는 것이 귀이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중용을 지키는 것도 귀이다.

작가는 바로 이러한 귀의 모습에 주목한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쉬이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그 단단한 모습을 담고 싶은 것이다. 귀의 생김새를 닮은 부드럽고 유연한 선으로 그 단단함을 표현해 보고자 했던 것이다.

도예가 문호의 네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는 귀를 주제로 한 20여 점이 출품될 예정이다. 11월 1일부터 11월 10일까지. 갤러리 담. 02)738-274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