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 코끼리 만지기 展] 시각장애 학생들 코끼리 만져보고 만든 작품들 보여줘

박민경 학생이 옹기토로 만든 코끼리
동굴 같은 구멍이 기다랗게 놓여 있다. 기다란 동굴 뒤쪽으로 붙어 있는 것은 부채 같은 두 귀. 코끼리의 코는 인천 혜광학교 학생들에게 이렇게 느껴졌다. 코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6미터의 대형 코끼리가 놓인 곳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가 전시 중인 '우리들의 눈 갤러리'.

'장님 코끼리 만지기'는 불교 경전인 '열반경'에서 전체를 보지 못하는 사람의 편협한 사고방식을 일컫는 의미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만든 작품을 전시하면서 제목으로 차용했다.

손으로만 만져서 완성한 작품이기 때문일까. 전시장에 놓인 작은 코끼리들은 눈으로 보고 만든 것보다 한층 다채롭고 학생들 개개인의 상상력과 독창성이 돋보였다. 코끼리 몸과 코에 듬성듬성 자라난 털이 인상적이었던 듯 최승호 학생은 점토로 만든 코끼리 몸 곳곳에 얇은 심을 꽂아두었다.

매끄러울 것 같던 코끼리 피부가 뜻밖에 까슬까슬하게 느껴진 이슬기, 박소영 학생은 조각난 천을 이어 만드는 퀼트로 표현했다. 보지 않고 제작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실제 코끼리와 흡사한 작품도 많았다. 코끼리를 볼 수 있고, 늘 잘 안다고 생각했던 코끼리를 이들만큼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가진 시각과 시각장애에 대한 편견을 되짚어 보고자 마련된 이번 전시는, 시각장애우에 대한 우리의 편협한 사고에 대한 일침으로 다가온다.

김선도 학생이 조합토로 만든 코끼리
엄정순(시각장애인협회 회장) 우리들의 눈 갤러리 대표는 "자유로운 시각적 표현과 상징과 보편적 가치를 담아내는 현대미술의 핵심을 시각장애 학생들에게서 새삼 발견했다"며 놀라워했다. 시각장애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아트 프로그램'을, 엄 대표는 의미 있는 시각장애 미술 프로그램으로 아시아 전역에 알려가고 있다. 전시는 11월 20일까지.


인천혜광학교의 학생이 동물원의 코끼리를 직접 만져보고 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