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절망적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일명 '루시드 드림(Lucid dream, 自覺夢)'. 꿈을 꾸면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꿈을 필요로 한다. 인간 내면에 잠재된 악의 근원, 폭력과 파괴본성은 꿈을 꾸고 희망을 품는 과정 속에서 순화된다.

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 인간은 꿈을 꾸고, 고로 살기 위해 꿈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꿈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면, 이는 존재를 통째로 위협하는 최대의 비극이자 재앙이 될 것이다.

상류층의 범죄를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가 일주일 전 사망한 선배의 부인으로부터 건네받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 책 속의 주인공 이름은 선배가 변호를 맡았던 이동원이라는 연쇄살인범의 이름으로 모두 바뀌어져 있는데….

차근호 작가와 김광보 연출이 만난 <루시드 드림>은 색다른 소재와 짜임새 있는 구성, 뛰어난 연출력으로 관객과 평단, 언론으로부터 큰 찬사를 받아왔다.

2010년 1월 초연 이후, 세 번째로 선보이는 이번 무대는 더욱 숨 막히는 심리전으로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11월 4일부터 11월 21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 02)889-3561~2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