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연극'을 표방하며 지난 1년간 톡톡 튀고 생기 있는 공연을 선사한 극단 차이무가 4번째로 선보이는 무대, <엄마열전>. '여러 사람의 전기(傳記)를 차례로 벌여서 기록한 책'이라는 뜻의 '열전'은 우리 시대 '엄마'들의 이야기를 그야말로 무대 위에 한바탕 벌여놓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한국의 역사, 그 중에서도 한국 여인들의 삶과 노인에게 관심이 많은 외국인 작가 윌 컨(Will Kern)의 시각이 반영돼 있어 흥미롭다.

시카고, 아일랜드,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에서 연극 활동을 하던 그가 한국에 머무는 지난 1년 반 동안 한국의 '어머니'들을 인터뷰하며 써내려간 이 작품은 그 누구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한국의 여성들을 그려낸다.

누군가의 엄마, 아내, 며느리이지만 정작 자신의 이름은 오래 전에 잊힌 채로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아줌마들. 민씨네 맏며느리 집 옥상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김장을 하기 위해 첫째, 둘째, 넷째, 막내의 이름 없는 며느리들이 한 데 모였다. 마치 옛 빨래터의 풍경처럼, 이 작은 공간 안에 며느리들의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제각기 사연은 다르지만, 마치 배추와 무, 고춧가루가 함께 버물리듯 그들의 애환도 한 데 섞여 점점 깊은 맛을 낸다. 11월 2일부터 11월 2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차이무 극장. 02)747-1010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