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연인의 결혼식. 모두가 축하하는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연어 초밥 하나 때문에 실랑이 중인 한 남녀가 있으니, 그들은 바로 결혼 당사자들의 옛 애인들이다.

결혼식장에 각자의 옛 연인이 모두 나타날 확률, 그리고 그들이 서로 사랑할 확률. 눈앞에서 떠나가는 옛사랑에 대한 배신감과 원망은 이 불가능해 보이는 확률을 무참히 깨고, 패자들끼리의 극적인 하룻밤을 성사시킨다.

'원나잇 스탠드'라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로 지난해 20,30대 여성들과 커플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던 연극 <극적인 하룻밤>이 새로운 연출과 캐스트 보강으로 더욱 치명적인 매력을 들고 돌아왔다.

특히 섬세한 심리묘사에 강한 이재준의 연출력으로, 발칙하면서도 솔직당당한 이 시대의 사랑공식을 낱낱이 파헤쳐 보았다.

단순히 사랑에 대한 모험심이나 유희 때문이 아닌, 오히려 그 반대로 사랑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작한 원나잇 스탠드. 서로의 마음은 꼭꼭 숨긴 채 일정한 거리를 두지만, 이제는 한 발 한 발 서로에게 다가가는 발걸음. 비록 자신의 신세는 타다만 초에 불과하지만 그를, 그녀를 안음으로써 우리는 다시 활활 타오를 것이다.

11월 9일부터 12월 5일까지. 상상 화이트 소극장. 02)744-7090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