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섭 'G20' 특별전] 부처 얼굴 청동망 외피에 정상들 다양한 이미지 입혀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작품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맞아 이를 모티프로 하거나 축제로 삼은 전시가 잇따르는 가운데 참가국 정상들을 조각 작품화한 황호섭 작가의 'G20 특별전'이 눈길을 끈다.

G20 정상들을 모티프로 한 점과 G20 의제와 가장 어울리는 전시라는 평가에서다.

11월 1일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층 공아트스페이스 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는 부처 얼굴의 청동망을 외피로 G20 정상들의 다양한 이미지를 입혔다.

예컨대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에는 드라크르와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그림의 마리안을,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는 미켈란젤로 '천지창조' 의 손 부분,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겐 대선 때의 선거 유세 장면을 크게 오버랩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G20 국가들의 국기를 배경으로 한국을 제외한 정상 19명의 이미지를 배치해 주최국 정상임을 부각시켰다.

한국 이명박 대통령 작품
황호섭 작가는 지난해 9월 서울 종로 성곡미술관에서 개인전(손의 힘, La force de la main)을 열고 있던 중, G20 정상회의 개최 소식을 듣고 바로 G20 참가국 정상들을 모티프로 한 작품 구상을 떠올렸다고 한다.

“G20 개최 소식을 듣고 기뻤죠. 한국이 그런 국제적 회의를 개최한다는 데 대해, 일종의 국가적 프라이드라고 할까요. G20 정상들을 작품에 담으면 재미있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황 작가가 G20 정상회의를 예술에 접목한 데는 30여 년간 프랑스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등 수많은 명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국가에서 문화가 갖는 힘을 잘 알고 있고, 재불 작가로서 자기 정체성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내력 등이 적잖이 작용했다.

황 작가는 줄곧 동·서양을 통합하고 소우주를 창조해내는 회화 작업과 '얼굴' 연작을 선보여 왔다. G20 특별전은 그 연장으로 볼 수 있다. G20은 세계를 대표하는 국가들로 소우주로 해석되며, 부처 형상의 청동망 공간에 그려진 정상들의 이미지는 국익을 최우선하는 현재의 모습과 교차된다.

이러한 중첩은 마치 동양과 서양의 조화, 선진국과 신흥 개발국 간의 긴밀한 소통의 장을 여는 G20의 의의를 시각적으로 응축해 표현한 듯하다.

황 작가는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한국이 작품에서 현세적 이익과 빈부 격차, 인종 구분 등 세상의 욕망, 차별을 순화하는 장치인 청동망 부처처럼 표상되길 기대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전시를 통해 G20 정상회의가 ‘문화 G20’으로 세계인의 관심사를 한 단계 격상시켜 한국의 국격도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황 작가는 1984년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를 나와 1980~90년대 프랑스 최고 화랑인 장프루니에 갤러리 전속작가로 활동했으며, 최근까지 파리, 뉴욕, 도쿄, 서울 등 국내외 유수의 화랑에서 100회에 가까운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다.

백남준을 비롯한 당대 거장들을 프랑스에서 만났고, 1995년 미국 뉴욕 전시 때는 백남준이 휠체어를 타고 나와 황 작가를 격려해주기도 했다. 황 작가는 올해 말 벨기에 브뤼셀에서 백남준과의 2인전을 계획하고 있다. 02)730-1144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