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은 유혹을 통해 숨을 쉰다. 고로, 욕망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서는, 인간으로서 숨쉬기 위해서는 언제나 유혹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잠깐의 숨을 얻기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인간의 비극성은 매순간 그들을 시험에 들게 했다.

유혹을 던져주면서도, 유혹을 뿌리치는 것만이 살 길이라 외쳐대는 세상. 결국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게 함으로써 '살 길' 위에 '죽은 길'을 포개어 놓는 잔인함. 그것은 인간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작품 <맥베스> 속의 인물 맥베스는 마녀의 예언을 이유로 뒤틀린 욕망의 변주곡을 연주한, 가장 인간다운 인간이었다. 감추고 억누르기 급급한 욕망의 그림자로 인간의 가장 추악한 모습을 온전히 드러냈다.

연극 <어느 배우의 슬픈 멜로 드라마, 맥베스>의 '무명 배우'는 자신과 반대되는 '맥베스'를 연기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그런 그에게 찾아온 기회. 무명배우의 몸으로 다시금 무대 위에 등장하는 맥베스의 모습, 그리고 맥베스의 얼굴을 통해 비로소 표정을 드러내는 무명배우의 욕망.

이는 무대 위에서 혼연일체가 되어, 결코 신이 될 수 없었던 인간의 비극적인 몸짓을 맘껏 펼치게 한다. 11월 12일부터 12월 31일까지. 대학로 동숭무대 소극장. 02)929-6417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