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또 한 번의 시련을 겪어야 했던 그때. 한국연극 100년의 흐름 속에서 가장 뜨거운 고민을 안아야 했던 연극인들. 그러나 그들에게 있어 유일한 이데올로기는 오직 연극뿐이었다.

식민지시대 대중연극에서 친일연극까지, 고난과 억압의 변방연극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연극 <경성스타>. 당시 시대를 풍미했던 연극인들의 삶의 애환을 들여다봄으로써, 뜨거웠던 그날의 무대를 다시금 느껴볼 수 있다.

연극은 '당대 최고의 여배우 이월화와 대중 극작가 임선규가 함께 연극작업을 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란 가설에서 출발한다. 1935년에 사망한 여배우 이월화와, 이듬해 1936년 동양극장에서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의 흥행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임선규.

이들은 <경성스타>의 무대 위에서 비로소 함께 호흡을 맞춘다. 하지만 친일연극이 성행했던 당시, 가장 수치스러우면서도 연극사의 오욕으로 남은 그날의 무대 위엔 많은 연극인의 눈물 자욱이 선연히 남아 있는데…. 김윤미 작가와 이윤택 연출로 탄생한 이번 무대는 실제와 가설의 상상력이 공존하면서 그날의 연극사를 실감나게 펼쳐 보인다.

11월 19일부터 11월 28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02)763-1268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