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h'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無'에서 '有'가 탄생하듯, 필요 이상의 화려한 외양보다 지극히 간결한 미를 뽐내는 최인수 작가의 작품에서 오히려 웅대한 아우라가 느껴진다.

그의 작품은 작품 자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를 감싸고 도는 공기, 공간 사이의 조응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작품화하는 작가, 최인수의 조각전이 10일부터 갤러리 아트링크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작품 'Path'는 석고 틀을 거쳐 철로 거듭난 흙으로써, 녹슬고 있는 시간 자체도 작품의 한 축으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흙을 굴려 만든 공으로써, 공이 구르는 모든 길을 새로운 공간으로 창조해 낸다.

즉, 통상적으로 '길'이라고 인식되지 않은 공간을 구르면서, 새로운 길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동적 행위와 정적 행위를 모두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무한한 시공간적 의미를 지닌 채 관객을 맞는다.

흙에 대한 작가의 의식, 지각, 노동 모두가 부여된 그의 조각 작품들은 흙에 담긴 태초의 시공간을 함께 담고 있다. 온몸에 시간을 끌어안은 채 부서짐으로 그 흐름을 증명하는 흙. 그를 소재로 한 최인수의 조각은 그렇기에 더욱 엄숙함이 느껴진다. 11월 10일부터 11월 30일까지. 아트링크 서울. 02)738-0738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