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강박'
존재 여부를 의심케 하는 희미한 것들, 스치는 감정처럼 이내 잊혀지는 마음속의 작은 생채기들.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쉽게 지나쳐버린 이 모든 것에 작가는 온 마음을 쏟는다. 특히 찰나적이지만 끈질기게 주변에서 부유하는 인간의 나약하고 예민한 감정들과 형태 없는 사념들을 이미지로 고착시키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리고 '불편한 온기', , '멍청한 시선', '좀 싫은 모양' 과 같은 감정들을 캔버스 위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캔버스는 곧 작가의 은밀한 내면이다. 표현할 수 없어 그저 켜켜이 쌓아놓기만 했던 감정들이 숨을 막아버리기 전에, 작가는 캔버스 위에 내면을 얹어놓음으로써 심정적인 숨구멍을 마련한다.

이는 작가뿐만 아니라, 보는 이의 마음까지 호흡하게 만든다.

표영실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이다. 이처럼 사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을 섬세한 필치로 표현한 작품 15점 가량이 출품됐다. 정체를 알 수 없던 무수한 감정이 색을 입고 모양을 갖추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11월 23일부터 12월 8일까지. 갤러리 담. 02)738-274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