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G-33'
화가에게 있어 '그리기'란 무엇일까. '그리기'란 행위 속에는 얼마만큼의 진정성과 명확성이 담겨 있는 것일까.

그림을 그리면서도 스스로 답할 수 없었던 수많은 물음과 의문들. 하지만 화가에게 이러한 불명확성은 더욱 더 '그리기'에 매달릴 수 있게 하였다. 행위로써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김정희 작가는 이처럼 '그리기란 무엇인가'라는 화두와 함께 행위에 대한 고민을 화면 위에 풀어낸다. 그림은 대립적인 모든 것들이 충돌하는 장이다.

작가의 이상과 현실이 부딪히며 일어나는 사유의 폭발이기도 하며, 無의 공간을 물질로써 채우고자 하는 有와의 충돌이기도 하다. 또한 감정의 실체를 대면코자 하는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이며, 그리면 그릴수록 갈피를 잃는 허망한 붓질의 눈물자국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 모든 대립이 이내 조화를 이루는 화면 위를 응시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흑백으로 구분되지 않듯이, 작가는 더 이상 명확한 답을 기대하지 않는다.

양극이 충돌하며 빗는 혼란과 불명확성을 비로소 '조화'로 읽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전은 이처럼 예술에 대한 그간의 고민을 풀어낸 전시이다.

11월 24일부터 12월 3일까지. UM갤러리. 02)515-397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