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 On the Moon'
해가 저무는 오후, 같은 공간 속에서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두 부자(父子). 교통사고로 전두엽을 크게 다친 작가의 아버지는 현재 뇌병변 장애1급을 판정받고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있다. 해가 기우는 마당 위에서 언제나 반시계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그의 전동휠체어. 마치 달 위를 여행하는 사람처럼 그만의 황홀한 세상 위를 맴맴 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작가의 시선이 그의 여행을 뒤따르고 있다. 이편에서 저편을 바라볼 때 범하는 인간의 오만한 시선을 거두고, 아버지의 눈으로 그의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달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줄곧 메마른 세상과 시대적 고민을 다뤄왔던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극복해야 할 삶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다.

그림은 이성적인 기능이 손상된 작가의 아버지와 작가를 이어주는 매개이며, 이성의 굴레를 벗고 소통을 꿈꾸는 작가의 염원이기도 하다. 이는 비단 작가의 개인적인 바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세상 속에 살면서, 끊임없이 타인과의 소통을 꿈꾸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것이다.

11월 17일부터 12월 8일까지. 갤러리 조선. 02)723-7133~4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