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재즈 라이프] 강대관, 이판근 등 삶과 음악 입체적으로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재즈평론가 남무성이 연출한 국내 재즈 1세대들의 삶과 음악을 담은 재즈 다큐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재즈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 도입부, 스크린 위에 텍스트가 찍힌다. 이것만으로도 재즈평론가 남무성 씨가 메가폰을 잡게 된 계기가 한눈에 읽힌다.

'한국에서 처음 재즈를 연주했던 사람들 대부분은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그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던 몇 사람만이 남아 있다. 강대관, 이판근, 조상국, 이동기, 김수열, 류복성, 최선배, 박성연, 김준, 신관웅…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자기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연주자들. 우리는 그들을 한국 재즈의 1세대라 부른다.'

한국 최초로 재즈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이 영화는 한국 재즈 1세대들을 향한 후배 재즈인들의 오마주다. 6.25 이후 한국에 주둔한 미8군 쇼 무대에서 처음 재즈를 배웠던 그들. 부대 밖으로 나와 노래하고 연주할 무대를 전전했던 이들이다. 그들 중 몇몇은 이미 외로운 생을 마감했고 함께 연주했던 몇몇 연주자들은 남아 재즈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은퇴 후 경북 봉화에서 여생을 보내는 트럼펫터 강대관을 후배와 동료 뮤지션들이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재즈 1세대의 합동공연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하기 위함이었는데, 술에 적당히 취한 그들은 소박한 술상 앞에서 연주를 시작한다.

강대관의 연주를 시작으로, 한 명, 두 명 악기를 꺼내 들었다. 악기와 함께 있는 모든 순간이 콘서트고, 무대인 그들. 재즈를 향한 열정은 좀처럼 식지 않는다.

현존하는 재즈 1세대는 영화 속에 모두 등장한다. 강대관을 비롯해, 50년 이상 재즈이론을 연구하며 3000여 명의 제자를 키워낸 이판근, 한국 최초의 재즈 드러머 조상국, MBC '수사반장'의 타이틀로 유명한 퍼커션 류복성, 테너 색소포니스트 김수열과 클라리넷의 이동기, 유일한 남성 재즈보컬 김준, 한국재즈의 대모 박성연,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트럼펫터 최선배, 프리재즈 뮤지션 강태환, 재즈 피아니스트 신관웅까지. 그들은 모두 스크린 속으로 들어와 재즈와 자신의 삶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낸다.

후배들이 간직한 그들과의 추억담이 더해지며 그들의 삶과 음악은 한층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프리재즈 연주자인 박재천은 강태환에 대해 "그는 솔로일 때 가장 돋보인다. 솔로는 하나의 점이지만 점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이가 있다"라는 코멘트를 한다.

약주를 하고 집으로 향하는 강대관의 쓸쓸한 뒷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는 피아니스트 임인건은 '강선생 브루스'를 강대관에 헌정 연주하기도 했다.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제작 당시부터 쿠바 재즈 음악인들의 일화를 다룬 빔 벤더스 감독의 음악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999)과 비견되곤 했다.

잊혀졌던 쿠바 음악 황금기의 주인공들은 이 영화를 통해 살아 있는 전설이 되어 세계 관객들에게 알려졌다. 그 사이 콤파이 세군도, 루벤 곤잘레스, 이브라힘 페레르 등이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이 전하던 감동은 여전히 세계 관객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그 안에서 연주되는 음악만으로도 한국 재즈 1세대가 여전히 현역임을 보여준다. 'My way', 'Antonio's song', 'Corcovado', 'All of me', 'Round Midnight' 등 무수한 재즈 스탠더드들이 그들의 입과 손을 통해 풍성하게 흐른다. 여기에 후배 뮤지션들 웅산, 라벤타나, 윈터 플레이 등의 연주가 더해져 듣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지루하지 않다.

영화를 통해 한국 재즈가 새롭게 조명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몫을 다했다고 보여진다. 영화는 12월 16일 개봉하며, 12월 28일과 29일에는 LIG아트홀에서 한국재즈 1세대들의 무대를 직접 만날 수 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