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후 판매 늘어… 소설ㆍ시집 묶어 테마세트 출간도

드라마 <시크릿 가든> 방송 캡쳐
요즘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시크릿 가든 책'을 치면 줄잡아 10여 권이 뜬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백화점 사장, 김주원(현빈 분)이 손에 잠깐 들었던 책들이다.

이기적 유전자에 재력까지 갖춘 그는 독서광이기도 해서 드라마 곳곳에서 책 읽는 모습을 연출한다. 덕분에 드라마에서 소개된 책들이 인기를 모으며 '현빈 책'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처음 소개된 책은 2회에 나온 문학동네의 <천재토끼 차상문>. 중견작가 김남일 씨가 올해 초 발표한 이 장편소설은 출간 후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드라마 방영 후 지금까지 3000부 이상 팔렸다.

일명 '현빈 시집'으로 불린 진동규의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은 출간 10년이 지났지만, 드라마 방영 후 4000부 이상을 더 찍었다. 황동규의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황인숙의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등 문학애호가들 사이에 회자됐던 시집들도 다시 4000부씩을 더 찍었다.

현빈 서재의 책장은 출판사 민음사가 협찬한 제품이다. 덕분에 민음사와 민음사 계열의 임프린트 출판사 책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방송 10회 동안 총 7권의 책이 소개됐는데, 민음사는 드라마에 방영된 소설, 시집 6권을 묶어 '시크릿 가든 주원 라임의 테마세트'를 내놓았다.

이미현 민음사 홍보부장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경우 9000권 이상 판매됐다"고 말했다. 드라마 방영 후 소설은 2000권, 시집은 1000권 가량 더 팔렸다.

PPL은 꿈도 못 꿔

명품 핸드백부터 도넛까지 별별 상품이 PPL(간접광고)이란 명목으로 드라마에 등장한다. 이제 책도 PPL하는 시대가 된 걸까? 출판사 편집, 홍보 담당자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현실적으로 수지타산이 '절대' 맞지 않는다는 게 현실적인 이유다. 권당 이윤 1000원을 남기기 어려운 시집을 1만 권 팔아도 PPL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제작협찬' 업체로 소개된 민음사 측도 "극중 김재원의 서재에 꽂힌 책을 협찬한 것일 뿐 PPL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출판계에서 드라마 PPL이 거론된 때도 있었다. 2005년 책 <모모>가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방영 후 100만 권 이상 팔리며 밀리언셀러로 등극한 적이 있는데, 당시 몇몇 드라마제작사에서 PPL을 제의하며 출판사에 1억 원 이상을 요구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금액 때문에 선뜻 나설 출판사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출판사가 책을 팔아 이 비용을 감당하려면 적어도 1만 원짜리 소설책 10만 권을 팔아야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정도면 그 해의 소설분야 베스트셀러 톱 10에 든다.

'흔히 텔레비전에 나온 누구누구가 든 가방 봤어? 누구누구가 입은 옷도 유행이라며? 라고들 한다. 나는 꿈꿔본다. 텔레비전에 나온 누구누구가 든 소설책 봤어? 누구누구가 든 시집도 유행이라며? 의 시절을.'

지난 주 한겨레신문에 실린 김민정 시인의 칼럼 '텔레비전에 책이 나왔으면'의 마지막 부분이다. 철학책과 시집이 샤넬 백처럼 소비된다고 해도,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떠난 민심을 책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때로 지적 허영심을 자극하는 일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