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20년 세월을 두려움 속에 가둬놨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작가는 어린 시절, 학교 앞에서 7마리의 병아리를 사고 자신의 분신처럼 키웠다.

병아리가 점점 커가면서, 두려움과 책임감을 느낄 정도로 애정을 쏟았지만 일곱 마리의 병아리들은 닭이 되지 못한 채 족제비와 가족들에 의해 목숨을 잃어야 했다. 그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사람들에 대한 원망으로, 소년은 세상을 모두 잃은 기분이었다.

그 후, 닭에 대한 기억은 성년이 된 후에도 껄끄럽게 남아 그저 피하고만 싶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모르고 맛보게 된 후라이드의 맛은 그동안 머릿속에 쌓아 뒀던 두려움의 벽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경험에 의한 마음의 벽은 이토록 쉬이 부서질 수 있구나, 공기보다 가벼운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이구나, 성년이 된 소년은 되뇌었다.

이번 전시는 닭에 대한 작가의 화해의 악수이다. 또한 '다 자라지 못하고 운명한 닭들을 위한 천도재'이다. 몽환적인 합성이미지를 통해 작가는 비로소 닭과 재회한다.

꿈속 같은 공간에서 작가는 닭과 이리저리 뛰어 놀며 그동안의 두려움, 그리움, 미안한 감정들을 깨끗이 씻어낸다. 가장 순수했던 시간, 처음으로 나 아닌 다른 생명을 가슴으로 품었던 그 깨끗한 영혼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으로, 사타는 감각적인 세계를 맘껏 펼쳐 보인다.

그 안에서 작가는 공기보다 가벼운 인간의 트라우마를 영원히 날려 보내고 있다.

12월 15일부터 12월 28일까지. 갤러리 룩스. 02)720-8488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