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궁, 116.7×91.0cm'
흙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유독 흙과 우리 전통의 소재를 주 모티프로 삼아 작업해 왔다. 초기엔 옹기를 소재로 그림을 그렸으며, 그 이후엔 와당, 창호지로 바른 전통 문 등 주로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창조해왔다.

이번에도 역시 그의 작업관은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주로 흙에서 생명력과 상상력을 얻는다. 그 속엔 우리 조상들의 숙성된 지혜와 얼이 서려 있으며, 동시에 신비로 가득한 미래를 품고 있다. '오래된 미래'인 셈이다.

이번에는 항아리, 문고리, 와당 등을 넘어 '궁'으로 시야를 넓혔다. 궁속에는 그동안 작가가 찾아 헤맨 전통의 아름다운 문양들이 넘실대고, 군데군데 격조 높은 조화미가 서려 있다.

여기에 작가 특유의 아름다운 꽃들이 빠질 리 없다. 언제나처럼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꽃들은 금빛을 머금고 한층 몽환적이고 신화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꽃들은 마치 전통 문양과도 같은 미로 무늬가 새겨져 있다. 미로와 같이 앞길을 예측할 수 없는 우리네 삶을 꽃의 무늬로 삼은 것이다.

보랏빛을 머금은 작품 속 아름다운 풍경들은 너무도 아름다운 이유로 자칫 슬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감성을 풍요롭게 담아내고 포용한 이 작품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아련한 꿈 속 세상을 체험케 할 것이다.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강철기 작가는 이처럼 붓 하나로 옛 것의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12월 9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갤러리 공간루. 02)765-188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