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거리'
너무도 흔한 풍경, 그저 어제 오늘의 일상에 지나지 않아 그 어떤 특별한 감흥도 기대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그러나 작가가 의도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일상성에 있다.

누구나 한번은 지나쳤을 법한 상황들, 혹은 너무도 당연해서 새삼스러울 것 없는 무뎌진 풍경들. 바로 이러한 사소한 상황과 풍경에서 작가는 '감탄'이 아닌 서로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감은 개별적이거나, 진귀한 것에서 오기보다는 오히려 일상의 축적과 반복 속에서, 전형성과 극도의 무딤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이다. 사람들은 무언가 특별한 것으로부터 공감을 원하지만, 결국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은 경험의 교집합적인 부분에 있다.

작가는 이처럼 일상의 일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관람자들은 그 장면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적 경험을 공유하며, 그림을 통해 비로소 공감대를 이루어낸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마치 TV주사선처럼 화면 위를 가로지르는 무수한 선들이다. 이는 매체로써 자신의 삶을 응시하게 하는 또 하나의 매체이다. 작품은 화폭을 넘어, 현대인에게 너무도 익숙한 TV매체의 양식을 빌어 특정한 시각효과를 의도하는 것이다. 결국 작가는 '소통'을 꿈꾸고 있다.

비슷한 삶의 과정, 그 속에서 느낀 찰나의 감흥들을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너와 나의 이야기, 나아가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2010년 12월 29일부터 2011년 1월 12일까지. 가회동 60. 02)3673-058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