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는 정직한 거야. 평등하지. 똑같은 체중에, 똑같은 기술에, 똑같이 빤스만 입고 한판 뜨는 거야." 과거, 링 위에 자신의 인생을 내걸고 시원하게 한판 뜨던 왕년의 권투선수 이기동은 현재 삼양동의 허름한 체육관 관장 노릇을 하고 있다.

맨 주먹 하나만 믿고 기세등등하게 세상을 살아왔지만 그에게 남은 건 아픈 몸과 아들에 대한 미련뿐이다.

어린 나이에 링 위에서 목숨을 잃은 아들과, 이내 곁을 떠나버린 아내, 자신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권투에 매달리는 딸은 그의 삶을 더욱 힘겹게 한다.

그런 그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동명이인 이기동(김수로 분). 어린 시절 자신의 영웅이었던 이기동 선수를 직접 찾아 온 청년 이기동은 겉으론 어리숙해 보이지만, 권투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박식한 지식으로 체육관 관원들을 모두 놀라게 한다.

그의 꿈은 젊은 시절 잘 나가던 복서로 어릴 적 선망의 대상이었던 관장 이기동이 다시 일어서는 것. 자신의 허망한 주먹질에 회의감을 느끼며 모든 걸 포기하려던 이기동 관장에게, 청년 이기동의 등장은 어떤 의미일까.

영화, 예능, 드라마를 망라하며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배우 김수로가 연극 무대까지 접수하고 나섰다.

2009년 초연 때부터 연극 <이기동 체육관>의 열혈 마니아였던 그는, 링 안에 담긴 드라마틱한 삶에 감동하여 출연을 전격 결정했다.

김수로를 비롯한 모든 배우들이 전문 트레이닝을 받아 무대 위에 리얼한 권투 경기를 선보이며, 각각의 감동적인 사연을 모아 링 위에 펼쳐놓는다. 2010년 12월 31일부터 2월 26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02)548-0598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