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글과 함께 선보이는 34점의 작품들은 본질적인 핵심을 놓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한다.
작가에게 있어, '글'의 역할은 다소 불친절한 자신의 최소한의 소통법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다양한 작업 속에 혼란스러워하는 관람자들을 위한, 어느 정도의 방향타 구실이라고나 할까. 작가는 지난 십 년간의 시간이 오롯이 담긴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그동안 잊고 있던 부분들, 혹은 원래 알고 있던 것들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작가는 말한다. "이미 열쇠를 갖고 있어도 어질러놓은 방에선 찾을 수 없었지만 정리를 하고 나니 숨겨둔 열쇠를 찾은 듯한 기분이랄까. 물론 문을 열고 들어가니 또 다시 잠겨있는 방을 만나 새 열쇠를 찾기 위해 다시 뒤지다 보면 또 어질러지겠지만 말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멈춤'의 시간을 선사한다. 그럼으로써, 영혼이 육체를 따라올 수 있는 시간을 건네며 비로소 진정한 나를 대면케 한다.
시간의 속도를 지워냄으로써 오히려 그 흐름을 온 몸으로 체감하는 그의 작업들은 우리들이 잊고 있던 오랜 꿈을 상기시킨다. 1월 6일부터 1월 20일까지. 포스코미술관. 02)3457-166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