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꽃'
포스코미술관 포트폴리오 공모선정 작가인 박혜수의 이번 전시는 지난 10년간의 작품 일기와 여행기를 모아 2010년 출판한 에세이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가>의 출간 발표를 겸한 전시이다.

에세이 글과 함께 선보이는 34점의 작품들은 본질적인 핵심을 놓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한다.

작가에게 있어, '글'의 역할은 다소 불친절한 자신의 최소한의 소통법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다양한 작업 속에 혼란스러워하는 관람자들을 위한, 어느 정도의 방향타 구실이라고나 할까. 작가는 지난 십 년간의 시간이 오롯이 담긴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그동안 잊고 있던 부분들, 혹은 원래 알고 있던 것들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작가는 말한다. "이미 열쇠를 갖고 있어도 어질러놓은 방에선 찾을 수 없었지만 정리를 하고 나니 숨겨둔 열쇠를 찾은 듯한 기분이랄까. 물론 문을 열고 들어가니 또 다시 잠겨있는 방을 만나 새 열쇠를 찾기 위해 다시 뒤지다 보면 또 어질러지겠지만 말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멈춤'의 시간을 선사한다. 그럼으로써, 영혼이 육체를 따라올 수 있는 시간을 건네며 비로소 진정한 나를 대면케 한다.

시간의 속도를 지워냄으로써 오히려 그 흐름을 온 몸으로 체감하는 그의 작업들은 우리들이 잊고 있던 오랜 꿈을 상기시킨다. 1월 6일부터 1월 20일까지. 포스코미술관. 02)3457-166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