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보리 'I Believe I Can Sleep'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보는 곧 경쟁력이지만, 이러한 정보의 과잉 흡수는 현대인들로 하여금 만성 소화불량을 겪게 한다. 이미지와 텍스트, 각종 새로운 정보들은 날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고, 께름직한 소비로 욕망을 배설하는 현대인들의 마음은 언제나 허기지기만 하다.

이처럼 곡허한 흡수와 배설 속에서, 현대인들은 고차원적인 사상의 포만감보다 오히려 육체적인 만족으로 허기진 마음을 채우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음식'으로 말이다.

전은 우리가 매일 먹고 소비하는 음식을 통해, 특정 사회의 문화 코드와 연결하여 사회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음식은 예로부터 인간의 생물학적 욕구를 채워줌과 동시에 일차원적인 쾌락을 선사했다.

단순히 육체적인 포만감에 그치지 않고, 정신적인 해방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음식은 예나 지금이나 풍요로움으로 인간을 위로한다. 그러나 현대의 '음식'은 조금 더 사회묵화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특정한 때와 장소, 함께 하는 사람에 따라 음식 안에는 암묵적인 강요, 혹은 그 이상의 의미가 내재하고 있다. 그저 '밥 한끼 먹자'는 단순한 인사 속에도 커뮤니케이션의 매개체로서 음식에 내재된 사회문화적 코드가 담겨 있다.

김해민, 양수현, 변윤희, 한석현, 허보리 등의 작가 5인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이처럼 음식에 내재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다양한 시작으로 그려내고 있다.

김해민 작가는 R, G, B 칵테일을 통해 영상이 혼합된 음료를 제시하며 현대인의 시작과 미각을 두루 충족시킨다.

양수현 작가는 현존하는 국제적인 커피 프랜차이즈를 패러디하며 'Starsucks'퍼포먼스와 영상을 선보인다. 변윤희 작가는 음식을 통해 현대인의 사회문화적 욕망을 들춰내며,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활성제로서의 음식을 형상화한다.

한석현 작가는 비현실적인 크기의 음식 설치작업을 통해 물질 숭배와 과시욕을 꼬집으며, 허보리 작가는 음식에 내재된 언어적 코드를 활용하여, 의인화된 음식으로 우리 생활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1월 12일부터 2월 11일까지. 대안공간 충정각. 02)363-209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