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로 화려했던 과거를 짐진자. 그들은 그 빛의 여파로 말미암아 더욱 어두워진 삶의 그림자 위를 평생 서성여야 할 것이다. 어느 원로 영화배우의 쓸쓸한 말년을 담아낸 <명배우 황금봉>은 바로 이러한 삶을 가슴 시리게 그려낸 극장주의 정통연극이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장을 지내며 대표작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등 수십 편의 작품을 써내려온 김태수의 <명배우 황금봉>은 무엇보다 노배우의 삶을 우리네 보편적인 삶에 대입시켜 우습고, 서럽고, 슬프고, 아프고, 저민 모든 감정을 농축시켜 놓았다.

극히 짧은 순간이었기에, 더욱 강렬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과거의 삶. 비단 배우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도 다시 돌아가고픈, 미련과 회한으로 점철된 삶의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숙명은 시간 앞에서 너무도 나약하기만 하다. 돌이킬 수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또한 얼마나 많은 무너짐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인지, 인간은 알지 못한다.

어느 늙은 배우는, 마지막 무너짐을 통해 비로소 지금 자신의 모습을 대면한다. 허탈하고 공허한 기억들로 가득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그토록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되묻는다. 황금봉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딸 은하의 첫 선물이던 비디오 카메라 앞에서 영화계 은퇴를 선언하며, 자기 안의 어리석음을 내려놓는다.

우리 역시, 과거의 빛에 사로잡혀 지금 이 순간을 어둠 속에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김태수 작가 특유의 환상적 리얼리즘으로 그려진 이번 공연은 과거의 빛을 내려놓음으로써 우리의 삶을 명징하게 밝혀내고 있다. 1월 7일부터 1월 23일까지. 대학로 두레홀 4관. 02)741-5978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