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World 2010 No1'
똑같은 감정이란 애초에 없는 것인가. 슬픔과 기쁨 속에도 제각기 농도가 있어, 우리는 늘 다른 온도의 눈물을 흘린다.

고로, 내성조차 없다. 이별의 반복, 기다림의 반복은 늘 그 자체로 새로운 아픔이다. 타인의 감정 역시, 우리는 그저 짐작할 뿐이다. 완벽한 동감, 완벽한 이해란 어쩌면 불가능한지 모른다.

김선태 작가는 타인의 아픔과 기쁨, 설렘 등의 다양한 감정을 짐작하고, 혹은 그 불안을 염려하며 자기 안의 감정을 작품화한다.

'지하철에서 피곤함에 못 이겨 곤하게 자고 있는 아저씨, 역에서 누군가를 오랫동안 기다리며 손에서 전화기를 놓치 못하는 아가씨,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슬픔에 가득 찬 눈을 하고 있는 사람, 같은 공간 속에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부부' 등.

인간들의 고독과 슬픔, 외로움은 제각기 다른 농도로, 다른 온도로 볼 위를 흐르고 있지만 작가는 그 모습 자체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이는 곧, 작가의 중요한 모티프가 되어 감정이 기록된 하나의 작품을 완성시킨다.

닥종이 위에 은박을 붙이고 그 위에 유황을 이용해 드로잉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작가는 산화의 우연성으로 인해 매번 다른 작품을 완성시킨다. 유황에 의해 점점 산화되어가는 은박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우연의 색과 효과를 만들어준다.

유황의 농도에 따라, 은박의 성질에 따라 누렇게, 혹은 까맣게 변해가는 산화과정을 지켜볼 때마다 작가는 인간을 돌아본다. 산화는 결국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인간관계 역시, 서로의 영향 아래 늘 새롭게 산화하는 과정인 것이다. 작가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그들과 자신의 감정을 작품 속에 새겨 넣을 뿐이다.

1월 19일부터 1월 25일까지. 토포하우스. 02)734-755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