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너스 이채 음악영화축제]최근 3년 내 개봉작 위주… 총 5개 섹션 20여 편의 작품들 모아

영화 <러브송>
공포영화, 춤영화, 스포츠영화 등 다른 장르영화보다 훨씬 폭넓은 인기를 자랑하는 것이 음악영화다. 음악영화는 다른 장르영화와는 달리 예술가에 대한 전기나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영화 속 OST가 인상적일 경우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접근이 쉽다.

하지만 국내에서 음악영화에 대한 조명이 이루어지는 장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유일하다. 그나마 이 행사도 지난해 존폐의 위기를 간신히 벗어나며 위태로운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영화에 대한 관심과 담론은 온오프라인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 같은 음악영화 팬들을 위한 음악영화축제가 한 극장에서 개막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3일 '영화로 떠나는 음악산책'이라는 부제로 씨너스 이채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시작된 음악영화축제는 음악영화 상영에 있어 최상으로 평가받는 음향 시스템과 화질로 '영화의 듣는 매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26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총 5개 섹션에서 20편의 작품들이 선보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 아이콘들의 삶을 기록한 '전기' 섹션과 음악영화의 전통적인 양대 축인 '클래식'과 '뮤지컬' 섹션, 음악에 열정을 바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조명한 '다큐' 섹션, 그리고 음악으로 더욱 특별하게 기억되는 'OST' 섹션이 장르 팬들을 기다린다.

영화 <컨트롤>
이번 상영작들의 또 하나의 특징은 2000년대 이후 작품, 특히 최근 3년 내 개봉작들이 주를 이룰 정도로 최신작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화제가 된 한국 음악영화들도 이번 행사를 통해 다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전기 섹션에서는 '시대의 아이콘, 음악으로 세상을 쏘다'라는 부제에 걸맞게 음악으로 세상을 감동시킨 존 레넌, 밥 딜런, 이언 커티스의 극적인 삶이 각각 <존 레넌 비긴즈 - 노웨어 보이>, <아임 낫 데어>, <컨트롤>을 통해 그려진다.

특히 1970년대 말 인기를 끌었던 영국 록밴드 '조이 디비전'의 리드 보컬 이언 커터스의 이야기 <컨트롤>은 2007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그동안 전기 음악영화에서는 주로 짐 모리슨의 <도어즈>나 레이 찰스의 <레이>가 종종 관련 행사에서 소개돼왔지만 이번 섹션에서는 지난해 말 개봉한 <존 레넌 비긴즈 - 노웨어 보이>를 비롯해 신작들로 구성함으로써 새로운 뮤지션들과 만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클래식 섹션의 네 작품은 전통적인 음악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적합하다.

영화 <바흐 이전의 침묵>
바흐의 음악을 통해 이미지와 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주는 <바흐 이전의 침묵>, 카사노바, 모차르트와 함께하는 다 폰테의 이야기를 담은 <돈 조반니>, 천부적인 재능의 피아니스트의 굴곡진 인생사 <앙드레 마티유>는 비단 클래식 팬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에게도 흥미로운 음악사가 될 수 있다.

이밖에 <기적의 오케스트라-엘 시스테마>는 클래식 음악을 통한 기적 같은 현실의 감동을 맛보게 해준다.

한편 뮤지컬 섹션의 작품들은 너무나 잘 알려진 뮤지컬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다른 섹션과 차이를 뒀다. 주최 측은 "뮤지컬 장르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영화의 현실감을 적절히 잘 표현한 영화들만을 엄선했다"고 선정 기준을 밝혔다.

이에 따라 상영되는 작품은 비주류 코드로 주류 뮤지컬 팬들을 매료시킨 <헤드윅>과 가장 폭넓은 연령층을 아우르는 <맘마미아>, 그리고 하이틴을 위한 유쾌한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다.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나머지 한 작품인 프랑스 뮤지컬 <러브송>이다. <몽상가들>의 루이스 가렐과 <스위밍 풀>, <8명의 여인들>의 루디빈 새그니어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파리 특유의 자유분방한 젊음의 이미지가 환상적인 뮤지컬 장면과 만나면서 프랑스 뮤지컬만의 매력을 내뿜고 있다.

이번 음악영화축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다큐' 섹션에서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들을 모았다. 시대의 아이콘은 고사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펑크 뮤지션의 고군분투기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을 비롯해 한국음악의 뿌리를 찾아 오랜 여정을 해온 호주 드러머의 시선을 담은 <땡큐, 마스터 킴>은 이번에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연장에서 영화관으로, 다시 영화관에서 공연장으로, 그 사이 TV 프로그램까지. 최근 갑작스러운 재즈에의 관심은 바로 <브라보! 재즈 라이프>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말 개봉 이후 계속해서 이슈를 만들어온 이 작품은 아직 재즈가 익숙지 않은 대중 관객에게 또 한번 그 매력을 전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OST 섹션에서는 2007년 한국을 강타했던 음악 'Falling Slowly'의 <원스>와 함께 라틴의 정열을 느낄 수 있는 <하바나 블루스>, 독특한 이야기만큼 톡톡 튀는 음악으로 사랑받았던 <주노> 등의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다.

주최 측은 "22일 <아임 낫 데어>의 무료상영과 함께, 특별행사로 아마추어 예술가들로 구성된 아트라운지 미니콘서트를 개최하여 더 많은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음악영화축제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