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 김영하의 등 문학 속에서 드러난 노동자의 삶

서울의 한 공사현장에 있는 함바식당(사진=오대근기자 )
삭막한 건설현장에서 밥 냄새를 솔솔 풍기는 곳이 있다. 노동자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드는 곳, 이들이 식후에 담배와 커피를 손에 든 채 웃음꽃을 피우기도 하는 곳, 이른 바 '함바집'의 풍경이다.

일본어 '함바'(飯場:はんば)에서 유래된 함바집은 현재 우리에겐 노동자들의 합숙소로 불린다. 그런데 지금, 이곳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한숨과 사연이 배어난 장소가 더러운 비리의 온상지로 떠오른 것이다.

최근 '함바집 비리', '함바 게이트' 등의 수식어들은 신문, 잡지, 인터넷 등을 장식하며 최고의 이슈가 됐다. 노동자 즉 서민들의 휴식처인 함바집이 그 뒤로는 권력자들이 사리사욕을 채우는 각축장이 되었다는 사실이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함바집의 그 묘한 이중성이 비리의 천국인 대한민국을 대변하는 잣대가 됐다.

노동자와 권력자들의 수상한 암투가 집결된 함바집은 이미 우리의 문화 작품 속에서 논해진 지 오래다. 그래서인지 요즘 '함바집 비리'와 관련해 작가 황석영의 <객지>가 자주 오르내린다. 황석영의 작품 속 함바집은 그 단어 자체만으로 어려웠던 우리시대를 대변한다.

1971년에 발표된 단편소설 <객지>는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던 그 시대 노동자들의 노동과 투쟁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저임금과 비인간적인 근로조건을 감수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벌이는 과정이 사실적이면서도 긴박하게 그려진다.

'(중략)함바의 조건은 마치 가축의 우리 같은데다가 십여 명 이상씩 때려 넣고, 각 집에서 형편없는 식사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함바는 회사의 운영에 속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대규모의 공사를 벌이는 작업장에 개인의 권리금 내지는 소유권에 의하여 함바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언어도단이올시다.'

황석영은 소위 '막노동'으로 설명되는 고된 노동을 해야 하는 건설현장의 또 다른 이면을 함바집을 통해 설명했다. <객지> 속 함바집은 지금과 다르지 않다. 40년이나 지났지만 그 속에 꿈틀거리는 추잡한 모습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는 2008년 자전적 소설인 <개밥바리기별>에서 다시 한번 '함바 밥' 눈물을 언급했다. 주인공 준이 일용직 노동자 생활을 하며 공사판에서 함바 밥을 먹는 모습은,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노동자들의 삶을 말하고 있다.

작가 김영하의 <오빠가 돌아왔다>(2004년)에서도 함바집은 슬픈 사연이 담긴 공간이다. 술주정뱅이에 가족을 때리는 무능한 아빠를 뒤로 하고 가출한 엄마가 차린 곳이 함바집이었다.

백금남 작가의 장편소설 <겨울 함바 위로 날아간 머슴새>(1992년)는 아예 제목에 '함바'를 달아 고달픈 노동자의 삶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소위 '노가다판'이라고 불리는 아파트 건설현장의 노동자들 인생과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동시에 서술됐다. '노동자=함바 밥'의 관계가 작품 속에서 살아있는 것이다.

1960~80년대까지 그린 KBS 드라마 <새 엄마>(2002년)에서도 함바집은 거친 노동자들의 한숨 뒤에 이윤을 넘보는 권력자들의 온상지로 표현된다. 극중에서 상철이 "...밥도 엉터리로 하면서 순 이문 남기는 데만 신경 쓴다니께요"라고 하자, 중호가 "그러믄요. 인부들 열 명 먹었는데도 열세 명 먹었다고 부득부득 우기고..."라며 언성을 높인다.

함바집은 '공사장 내 독점 운영권 획득'이라는 상당한 이권을 가진 업종이다. 그 순수익만 추산해 봐도 대형 건설현장의 경우 연 3억~4억 원의 이익이 보장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함바집의 운영권을 갖기 위해 벌이는 경쟁은 대단하다.

현재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등도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알선업자 유모씨로부터 함바집 운영권 등을 놓고 돈을 받은 혐의다. 고위공무원들의 비리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함바집을 둘러싼 비리는 우리 사회 부패의 연결고리가 그야말로 도처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증명한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