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풍경 #5'
오늘날의 한국사진이 있기까지, 모더니즘의 흐름 속에 언제나 주축이 되어 앞장섰던 여러 거장들이 있다. 트렁크갤러리가 신년부터 준비한 <한국 모더니즘사진가 시리즈>는 바로 이러한 거장들의 작품을 돌아보고 새롭게 기억하기 위한 전시이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주명덕 작가이다. 45년 이상 사진의 길을 걸어오며 한국의 사회상과 대자연, 도시의 모습을 기록해온 대표적인 모더니즘 작가이다.

최근 '도시정경' 시리즈를 통해 작품의 새로운 변신을 꾀했던 작가는 앞으로도 더 많은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 현재까지도 활발히 활동하며, 한국 사진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그는 한국의 대표적 모더니즘 사진작가라 할 만하다.

이번에 선보이는 '잃어버린 풍경'은 1981년 겨울, 설악산에서 우연히 찍은 사진 한 장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언제나 사진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소박한 마음을 담아내려 하였다. 자연의 풍경이 담긴 사진 속에는, 그러나 그의 감정이 깊이 뿌리박혀 있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내면의 심상을 느끼게 한다.

그의 풍경은 어둠 속에 드리워져 있다. 혹은 어둠 속에 풍경이 드리워져 있다. 모든 것이 최소한인 것처럼, 숲은 울창하기보다 메말라 있고 풀은 간신히 제 생명을 붙들고 있는 듯하다. 이 모습을 담아내는 빛 또한 간신히 필름 위에 상을 맺는다.

'주명덕 블랙'이라 일컬어지는 이러한 색감은 보는 이의 말을 잊게 만든다. 입 밖으로 내뱉은 감탄조차도 서둘러 머금게 만드는, 깊은 침묵이다. 작가 자신 또한 '뜻을 얻으면 말을 잊어버리는 것이다'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다. 그의 사진은 정확히 말해, 풍경을 잃어버린 세대를 위한 사진이다.

사람들은 점점 풍경 속에 걸터앉아 사색하는 법을 잊고 산다. 어쩌면 풍경 그 자체보다, 풍경 안에 깃든 수많은 위로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주명덕 작가를 새롭게 기억하는 이번 전시는, 또한 스스로를 기억해내는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1월 6일부터 2월 8일까지. 트렁크갤러리. 02)3210-123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