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연, 'walking on air'
너무도 다양한 표정을 지녔기에, 오히려 그 속을 가늠할 수 없는 얼굴. 바로 도시의 얼굴이다. 햇살 속에 제 몸을 으스대는 거대한 콘크리트는 낮의 어둠을 불러오고, 도시의 밤은 어둠 속에서 요란하게 빛을 토해낸다.

시간과 공간의 중첩, 다양하게 대립되는 양면성을 지닌 도시의 풍경은 이처럼 혼돈 속에서, 서로에게 다른 의미를 지닌다. 7인의 작가들은 저마다의 관점을 통해 도시에서 생활하는 인간상, 도시의 면면 등을 포착해낸다.

매지컬 리얼리티 시리즈로 사진계에 입지를 굳힌 구성수 작가는 정제된 도시의 건조하면서도 일상적인 풍경을 담아낸다. 도시 속에 넘치는 이미지와 다양한 컬러들을 키치적 현상으로 포착하여 관찰자의 입장으로 들여다본다. 김도균 작가는 실재하는 공간을 SF영화의 초현실 속 장면처럼 재현해냈다.

이로써 건물에 중첩되어 나타나는 선, 면, 색, 조명은 완벽한 조형성을 이루어낸다. 류정민 작가는 포토 콜라주 기법을 사용하여 수백, 수천 장의 사진을 반복적으로 중첩시키는 작업을 한다.

그의 작품은 마치 미로 같은 형상을 띠며, 방향성을 잃은 도시인들의 고민 등을 표현해내고 있다. 박상호 작가는 실재하는 이미지를 새롭게 조합하여,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는 양면적이고 아이러니한 도시 공간의 존재에 대해 작가 스스로가 던지는 질문과 일맥상통한다.

이지연 작가는 화면 속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배치시킴으로써, 같은 공간 속에 존재하되 모두가 개별적 타인으로 살아가는 도시의 풍경을 드러냈다. 이창훈 작가는 건물의 문과 창문을 모두 삭제시킴으로써 오랜 타국 생활에서 불거진 소통의 문제, 소외감, 고립감 등을 표현해낸다.

홍승희 작가는 '깊이에의 강요' 시리즈를 통해 도시를 작은 공간 속에 비유하여 삶의 무게를 표현해내고 있다. 1월 18일부터 2월 1일까지. 박여숙화랑. 02)549-757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