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nus10-02'
약육강식의 질서 위에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제 나름의 진화를 거듭하며 살아내고 있는 삶의 터, 생태계.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 위대한 질서는 점점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며 흔들리고 있다.

약육강식의 질서 위에 존재하는 생물학적 종의 구분은 쿠데타가 완전 배제된 질서라는 전제 위에서나 가능한 구분법일까. 작가는 21세기, 그 질서를 위협할 생태학적 쿠데타를 예견하고 있다. '종의 기원' 이후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불변의 진리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송인구 작가의 미적 본질은 원초적 생명의 탄생과 결합되는데, 초기 비너스의 원시적 아름다움이나 생명을 만들어내는 구성요소인 단백질의 만남 등을 그만의 상상력으로 대상화한다.

특히 그는 무의식의 세계를 자동기술법으로 그려낸다. 그에게 있어 현실은, 비현실보다 더욱 비현실적이다. 즉, 이성적인 의식과 현상적인 표면을 불신하는 것이다. 작가는 오히려 잠재의식 속에 내재된 환상에 집중한다. 그 안의 환영과 몽상, 유희, 성적욕망은 작가의 작품 전면에 드러나 '하이퍼 현실'을 만들어낸다.

그 속에서 작가는 비너스와 같은 원초적인 아름다움 찾아낸다. 그만의 상상력으로 표현된 작품 속엔 원시의 생명력이 다시 잉태되며, 그럼으로써 생태계의 불안을 잠재우고 있다. 그의 이러한 환상적인 그림들은 지나온 모든 시간을 소급하여 스스로의 태생적 경험들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1월 21일부터 2월 13일까지. 샘터갤러리. 02)3675-3737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