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성이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예술 작품'은 존재할 수 있을까. 겉으론 고고한 순수예술의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 야릇한 미소마저도 의심하게 되는 것이 현대 미술의 실상일 것이다.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미술은 더 이상 '작품'이 아닌, '상품'의 모습으로 그 고고한 자태를 잃어가고 있다. 사진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 사진은 디지털 기술과 접목되면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투자 대상이 되었다.

사진과 미술은 마치 기계를 통해 대량 생산된 상품마냥 수많은 이미지들을 무차별적으로 뱉어내고, 이는 곧 거대한 힘을 휘두르며 현대인의 정신적인 영역까지 쥐락펴락하고 있다.

전은 바로 이러한 예술계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상업성을 가득 머금은 작품들, 곳곳에서 자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전시 형태를 콘셉트로 잡음으로써 반대로 이 모든 실상을 비꼬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상업화에 대한 리액션의 일부로 입장료를 받는다. 가격은 천 원 이상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참여 작가로는 현재 프리랜서 사진가로 일하고 있는 김영란과 상업사진을 전공한 김정언, 현재 대학에서 사진 관련 강의를 하며 LIZ STUDIO를 운영하고 있는 이재남 등이다. 이들은 모두 상업성이 강한 사진 매체를 이용하여, 자본에 의해 형성되는 예술의 실상을 드러내 보인다.

2월 9일부터 2월 15일까지. 갤러리 나우. 02)725-293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