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ator and Cram'
자신의 삶의 터전이기도 한 미 서부 해안가를 바탕으로 바다의 이야기를 전하는 작가 린 핸슨(Lynn Hanson)의 개인전. 표 갤러리는 2011년의 첫 전시로 린 핸슨의 작품을 선보인다. 린 핸슨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로, 2010년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표 갤러리 LA에서 이미 한 차례 개인전을 연 바 있다.

린 핸슨은 캘리포니아 해변을 따라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한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 머무르며 자연의 수많은 감정을 지켜보는 그. 성난 파도를 달래는 노을의 온화한 얼굴과, 기후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보이는 바다의 모습은 그에게 있어, 감히 다다를 수 없는 예술의 경지와도 같았다.

이러한 감흥은 그의 작품 속에 오롯이 새겨졌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바다에만 머물지 않는다. 해변을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 수상요원의 모습이나 서핑하는 사람의 뒷모습, 해초더미에 몸이 엉킨 채 죽어가는 펠리컨 등을 묘사함으로써 바다가 품고 있는 사람과 동물들의 모습을 모두 담아낸다.

특히 캘리포니아 남부의 오래된 지도 위에 목탄을 이용해 그려 넣은 뱀이나 거대 문어는 제국을 상징하는 도상으로 읽혀진다. 지도 위에 촉수를 뻗은 문어의 형상은 영토를 잠식하려는 인간들의 욕망을 표상함으로써 작가의 의도를 극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다.

그 자신조차 서서히 바다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는 린 핸슨은 이처럼 바다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나아가 문명을 그려낸다. 그의 그림 속에 흐르는 파도 소리는 우리 모두의 내면을 깊이 울린다.

1월 13일부터 2월 12일까지. 표 갤러리 서울. 02)543-7337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