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y Constructio'
종이작가이자 판화가인 김영애 작가의 개인전이 신세계 artwall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세 번의 개인전을 통해 국내에 소개됐던 작품들을 망라하는 자리이다.

1993년 뉴질랜드로 이주한 후 작품 활동을 해온 작가는 유독 공간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정신적인 특징들을 구축하고 변형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특히 작가는 재료의 텍스처에 집중하여 종이 캐스팅과 판화의 기법으로 건축적 소재들을 재현해내는데, 그 주요 소재가 되는 것은 건축 현장에서 버려진 폐자재나 목재 등이다.

그 안에 새겨진 무수한 결 속에는, 시간의 흔적이 틈틈이 박혀있다. 작가는 말한다. "나는 작업의 소재들을 철거현장에서 구한다. 판화의 소재로 쓰던 반짇고리 속의 조각 천처럼, 버려진 건축 자재들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지 어디에 쓰였고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가 아니라, 만든 자의 의도와 미감, 영감, 또 세월에 따라 변형된 모습 등 … 아무것도 단지 표면인 것은 없다. 그 아래로 드러나진 않지만 겹겹이 시간과 역사의 흔적이 있다."

이처럼 작가는 흔적 속에 깃든 시간의 드라마에 주목한다. 이러한 소재들은 또한, 작가에 의해 '복제'와 '반복'을 거듭하며 모자이크 같은 추상적인 형상을 만들어낸다. 하나하나의 자재들은 조각이 되어, 전체적인 통일성을 가지고 또 하나의 구조를 만들어낸다. 그 구조 안의 무수히 반복되는 조각들은 리듬감과 변화무쌍함을 지니게 된다.

작가는 이 모든 과정을 '자리잡기'라 명명하며, 나를 둘러싼 공간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고 있다. 즉, 작가 개인의 정체성과 문화와 개인 간, 사회와 자연 간의 조화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1월 11일부터 4월 4일까지. 신세계본관 아트월 갤러리. 02)310-1924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