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초연 이후, 대학로서 '검증된 명품 가족연극'으로 우뚝 선 연극 <동치미>가 2011년부터는 새로운 무대에 오른다. 대학로 시즌을 성공리에 마치고 창덕궁 옆 북촌아트홀에서 새로운 막을 여는 <동치미>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 가정의 풍경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60여 년간 해로했던 부인을 갑작스레 잃자 식음을 전폐하고 엿새 만에 세상을 떠난 원로 시조 시인 김상옥의 실제 사연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두 부부의 가슴 절절한 사연과 함께 연극은 곰삭은 부정(父情)과 눌러 담은 부정(夫情) 등을 따스한 인간애로 표현하고 있다.

직업상의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퇴직 공무원 김 선생, 은퇴한 가장을 중심으로 언제나 그림자처럼 그 옆을 지키는 부인, 부잣집에 시집갔지만 혼수 문제로 친정과 시댁 사이에서 늘 불편한 큰 딸, 부모 집을 담보로 사업을 하다 기러기 아빠 신세가 된 큰 아들, 그리고 부모의 기대와 달리 배우의 꿈을 좇아 대학로를 배회하는 막내딸. 위태롭게 한발 한발을 내딛는 이 가정에, 갑작스럽게 드리운 위기는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일깨운다.

제목 '동치미'는 사진 찍기 전 스마일, 김치, 치즈와 같이 미소를 만들기 위해 외치는 말로, 특유의 따뜻한 정감이 묻어난다. 10대부터 60대까지 함께 볼 수 있는 감성 가족극으로, 플래시백 구조 등을 삽입시켜 높은 연출력을 자랑하는 김을용 대표의 작품이다.

1월 21일부터 오픈런. 북촌아트홀. 02)988-2258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