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번을 다시 태어난다 해도 하나만은 기억할거야.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했다고.' 무대 위를 흐르는 노래 가사 속에 모두가 잊고 사는 '순간의 소중함'이 담겨 있다.

일상의 힘, 순간의 가치를 믿으며 무대에 오른 뮤지컬 <우리동네>는 이처럼 소박하고 따스한 우리네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 문학계의 독자적인 지위를 차지하며 기존 연극과 차별화된 형식을 추구했던 작가 손톤 와일더(Thornton Wilder)의 을 한국의 정서로 새롭게 각색한 작품 <우리동네>.

1900년대 초 미국의 작은 소읍을 배경으로 한 원작은 번안과 각색을 거쳐 1980년대 파주의 한 마을로 옮겨졌다. 그야말로 소소한 삶을 꾸려나가는 대한민국 서민들의 이야기로, 대표적인 한국 창작뮤지컬이다.

2006년 4월 초연무대를 시작으로, 2008년까지 여섯 번째 만남을 이어왔던 뮤지컬 <우리동네>는, 그러나 뮤지컬계의 지나친 상업화와 경제 한파로 위기를 겪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의 유명 라이선스 작품들로만 도배된 뮤지컬계에 국내 창작뮤지컬의 입지는 너무도 좁았다.

그러나 문화적 약자들과 다문화 공동체를 지원하는 사단법인 문화로 행복한 사람들의 론칭 이벤트 형식으로 <우리동네>는 그 일곱 번째 만남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은 1차 공연서부터 6차 공연에 이르기까지 <우리동네>를 만들었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힘을 합해 완성한 무대이다.

총 3막으로 이루어진 공연은 상우와 선영의 사랑, 둘째 아이를 해산하다 죽게 된 선영이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산 사람들은 사는 동안 산다는 게 무엇인지 과연 알까"라는 선영의 대사는 살아있는 모든 이들의 가슴 속에 진한 깨달음을 안겨줄 것이다. 2월 4일부터 3월 27일까지. 예술극장 나무와 물. 02)745-2124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