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연, 'Urbanscape 6'(위), 강정헌, 'Somewhere(J. Paul Getty Museum)'(아래)
시간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는 기억 속의 풍경들.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 같던 강렬한 기억조차 무디게 만드는 것이 바로 시간이다. 본 전시의 제목 'Evoke'는 '기억나게 하다'라는 뜻으로, 강정헌, 이효연 두 작가가 안내하는 추억으로의 여행이다.

물론, 그 추억은 온전히 작가 개인의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기억을 통해 자신의 지난 시간을 추억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강정헌 작가는 서울대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수료하고 금호미술관 창작스튜디오와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스튜디오의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여행지에서 남긴 기록물을 바탕으로 과거의 시간을 동판화로 재현하고 있다.

마치 흑백사진을 연상케 하는 단색조의 동판화는 내면 깊숙한 곳의 해묵은 기억을 끄집어낸다. 이는 영원히 기억할 것 같던 순간들이 시간의 힘 앞에서 얼마나 한없이 무기력해지는가를 말해주고 있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스웨덴 왕립미술학교에서 2년간 수학하고 5회의 개인전을 연 바 있는 이효연 작가 역시 '기억'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는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도시를 재현된 이미지로 표현한다.

즉, 누구나가 함께 누리는 객관적인 풍경을 그만의 주관적인 공간으로 재해석하여, 같은 풍경의 다른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관람자는 타인의 기억으로 기록된 이 작품 앞에서, 자신이 잊고 지내던 망각의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 그럼으로써 아득한 옛 길을 마주하고, 그날의 향기를 어루만지는 것이다.

1월 28일부터 2월 19일까지. 갤러리 포월스. 02)545-8571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