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만혁, '개와 소녀08-4'(좌), 김선두, '느린풍경_무르익은'(우)
현대 사회는 그야말로 속도와의 전쟁이다. 각자의 캡슐 안에 갇혀 마치 총알처럼 발사되는 고독한 폭주는 너와 나의 심장을 겨냥하고 있다. 무언가에 그토록 분주한 이에게 남는 것은, 결국 자기 안에서 발버둥치는 초라함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는,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속도와 크기'에 목숨을 걸고 있다. 온통 소란스러움뿐이다. 얻으려 할수록 잃는다는 진리를 망각한 사람들은 '더 빨리, 더 많이, 더 크게'를 외치며 자신마저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것은 소박함에 있다.

또한 세상의 진리는 가장 평범함에 깃들어 있다. 김선두와 임만혁 두 작가는 <느린 풍경, 작은 우화> 전을 통해 우리들이 망각하고 있는 '느림과 작음'의 가치를 일깨운다.

현재 중앙대학교 한국화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선두 작가는 '가장 소중한 진리가 피안에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것은 노동이 짙게 배인 들 위의 습기 속에 있으며, 매일 다른 향으로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있다. 바로 무심히 우리 곁에 머무는 것, 느리지만 오래 가는 것, 투박하지만 지혜로운 것들이다.

장지에 선과 색, 면을 쌓아 올림으로써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물성을 생성해 나가는 그의 작품은 소박한 풍경을 담고 있다.

중앙대 한국화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개인전 7회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임만혁 작가는 '가장 평범한 일상 속에 가장 기이한 비밀이 담겨 있음'을 드러낸다.

다소 낯선 시선과 상상력으로 빚어낸 작품 속 이미지들은 '우리 안의 진실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내면의 느린 숨을 내쉬게 한다. 1월 19일부터 2월 29일까지. 갤러리 익. 02)3445-033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