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친환경 퍼포먼스 그룹 '음을 통한 시추에이션 음악극' 선보여

일본의 폐품 타악기 연주집단, 티코보
# 무언가 들고는 있지만 분명 악기는 아니다. 현도 없고 스틱도 없다. 게다가 온몸을 이상한 사물로 치장했다. 가까이서 보니 머리에 쓴 것은 호스 다발이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실소가 나오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자신들의 퍼포먼스를 계속한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장르를 연주하는 두 그룹이 만났다. 한일 양국에서 친환경 퍼포먼스 그룹으로 유명한 노리단과 티코보가 한국에서 순회 콘서트를 갖는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주최로 <티코보 & 노리단 Eco 콘서트>가 이뤄지는 것이다.

일본의 티코보는 일상생활의 폐품을 악기로 만들어 독자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왔던 폐품 타악기 연주집단. 야마구치 도모를 리더로 한 이 그룹은 음악이란 '음을 즐기는 것'이라는 것을 모토로 자신들만의 독특한 연주활동을 계속해왔다.

한국의 생태주의 퍼포먼스 그룹 노리단은 2004년 결성돼 재활용을 중심으로 사회적 활력과 지속가능한 즐거움을 디자인하는 공공적 문화예술기업이다. 멤버들 각각이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서 자신을 고용하고, 버려진 것을 새롭게 활용하는 일을 실천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이들은 소형 오브제와 신체 움직임을 바탕으로 하는 소리 여행자가 된다.

두 그룹의 이번 조인트 콘서트는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음을 통한 시추에이션 음악극'이다. 노리단은 이번 공연을 위해 폐품을 활용한 친환경 소형 오브제와 신체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무대를 꾸민다.

한국의 생태주의 퍼포먼스 그룹, 노리단
반면 티코보는 수제드럼 '공간스프링'을 선보이며, 기존의 드럼, 피아노, 기타 등의 악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과 소리로 관람의 발상을 전환할 계획이다. 또 관객이 티코보 밴드와 함께 연주하는 시간도 있다. 관객은 입장 시 받은 '신문지 악기'를 활용해 일상생활에서 음을 찾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언뜻 기괴하기까지 한 비주얼로 좌중을 압도하는 티코보의 모습은 그들이 말하는 '즐거운 음악'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연주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듣는 사람이 즐겁다'라는 사실을 깨달은 야마구치는 일본의 20대 젊은 퍼커셔니스트들과 티코보 밴드를 결성했다.

이후 미국과 일본에서 순회공연을 하며 어린이와 부모를 대상으로 창의음악 워크숍을 시작했다. 이후 에너지를 주고받는 파이프가 달린 헬멧과 철제 신발 등 기묘한 의상과 독특한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감각의 음악은 이들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티코보는 일본에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NHK의 교육프로그램 진행자이기도 한 야마구치 도모는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원작 <은하철도의 밤>의 뮤지컬 버전에서 우주의 소리를 표현해줄 것을 요청받아 우주의 음색을 찾다가 실패를 반복했다. 이때 시도한 것이 쓰레기들을 활용한 악기. 기존의 악기로는 낼 수 없었던 우주의 음색은 버려진 쓰레기 사이에서 발견됐다.

티코보를 이끌고 있는 야마구치 도모는 "내 자신이 음악을 즐기지 않으면, 사람들을 즐겁게 하거나, 기분 좋게 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폐품에서 재탄생한 나의 음악 세계를 한국의 남녀노소 모두가 즐겨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번 공연은 16일까지 서울, 대구, 부산, 광주, 제주 등 5개 도시에서 이어진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