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연극열전2'의 두 번째 작품으로 선정되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아 온 <늘근도둑이야기>가 1년여 만에 무대 위에 오른다. 작품의 본산지 극단 '차이무'로 돌아와 (주)[이다.]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총 네 팀이 서울과 고양 두 무대에 연이어 오른다.

올해로 22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최고의 시사코미디 <늘근도둑이야기>는 극단 차이무의 예술감독 이상우가 쓴 연극으로 1989년 초연 이후, 문성근, 명계남, 박광정, 유오성, 박철민 등 다양한 개성파 배우들이 거쳐 갔다.

이번에도 역시 이대연, 박원상, 최덕문, 서동갑, 민성욱과 같은 기존 베테랑 출연진과 더불어 김승욱, 김뢰하, 이성민, 김학선, 오용 등 극단 차이무의 간판배우들이 무대를 꽉 채운다.

이번 무대는 특히 극단 차이무의 대표 민복기가 연출을 맡아 이전과는 또 다른 생기를 불어넣을 예정이다. 극의 밀도를 높이기 위한 어감과 상황의 소폭 수정은 물론, 기존의 시사풍자 외에도 두 늙은 도둑의 인간적인 모습에 좀 더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심의 없이 관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신랄한 풍자가 가능한 연극 무대는, 그래서인지 더욱 통렬하다. 대통령 취임 특사로 풀려난 두 늙은 도둑은 사회적 권위와 부를 축적한 '그 분'의 금고를 털려다 결국 실패하고, 각종 에피소드를 통해 이 시대의 모든 우스꽝스러운 모순을 드러낸다.

'전과자가 아니면 정치도, 경제도, 예술도 못하는' 이 기막힌 현실 속에, 덩그러니 버려진 두 늙은 노인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초라한 현실이기도 하다. 부조리한 세상을 풍자하면서도, 풍자를 작품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인간'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이번 무대는 시종일관 관객들의 웃음과 감동을 자아낸다.

2월 11일부터 오픈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차이무극장. 02)762-0010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