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바라보면서도, 정작 두 눈동자 안에 담긴 자신밖에 바라볼 수 없는 두 남녀. 서로를 안으면서도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슬픈 운명은 언제나 다른 언어로 사랑을 속삭이게 했다.

그러나 사랑이란 그 거리에 존재한다. 닿을 수 없기에 더욱 간절한 거리, 메울 수 없기에 더욱 허전한 그 거리 위에 사랑은 존재한다. 연극 <그남자 그여자>는 바로 이러한 남녀 간의 거리, 서로 다른 언어 속에서 사랑을 이야기한다.

연극은 인기 라디오 드라마 <그남자 그여자>의 사연들 중 이미나 작가가 직접 창작한 에피소드만을 엮은 동명의 에세이집을 원작으로 했다. 현재까지 150만 부 이상 팔리며 밀리언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에세이집 <그남자 그여자>는 2007년 대학로 무대 위에 초연된 후 현재까지 12차 앙코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내 커플과 대학생 커플의 달콤한 사랑이야기로 이루어진 <그남자 그여자> 중 명장면은 단연 '닭살 애정도 대결' 부분이다. 상대에 대한 사랑을 숨기며 마음을 졸였던 그 순간부터 지켜봤던 관객들은 두 남녀의 사랑을 통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그러나 사랑이 아름다웠던 만큼 이별은 아픈 법이다.

결국 이별의 시간 위를 걷는 두 남녀를 보며, 관객들 역시 자신의 사랑을 추억해 본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이나 오랜 시간 사랑을 키워온 연인들, 혹은 사랑을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연극은 따뜻한 선물을 건넨다.

시간의 흐름 속에 조금씩 변해가는 사랑의 얼굴, 그 얼굴 속에 깃든 상대의 표정을 헤아리는 마음, 이 모든 것을 말이다. 2월 4일부터 2월 27일까지. 아츠플레이씨어터 1관. 1577-5878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