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tacleless Complex'
2009년, 전을 통해 대량으로 만들어진 산업 생산물의 비극적 운명을 형상화한 정승 작가가 2011년 그 두 번째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번에도 역시 '많음'과 '반복'의 키워드를 통해 오늘날의 산업 생산물이 자아내는 '낯섦'을 형상화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대량생산은 곧 인간의 노동을 수반하고, 마르크스는 사물세계의 가치증식에 인간세계의 가치절하가 정비례한다고 주장했다. 즉, 노동자가 더 많은 부와 상품을 창조할수록 노동자는 더욱 더 값싼 상품이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자본주의의 대량생산이 인간과 대상 간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일으키는지 주목해왔다.

2009년, 그의 작품 'circling complex'에서 보여준 맹목적이고 순환적인 질주는 현재 우리의 생산구조 방식과 상통하며 '많음'과 '반복'의 구조를 상기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질주는 순간 정지된 듯한 사이클러 인형들의 모습을 통해, 너무도 낯선 충격을 일으켰다.

즉, 사람들이 만들어낸 사물은 그만의 유기적 의미체계 바깥에 존재하는 즉시, 이해할 수 없는 사물들로 변하는 것이다. '구축된 의미체계' 안에서 정해진 위치와 위상에 따라 식별되는 이 사물들은 그 세계를 이탈하며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일으키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우리의 시선 속에 갇혀있던 대상들을 새롭게 인식시킨다. 이는 작가 스스로가 끊임없이 추구하는 예술적 과제이며, 동시에 예술 행위의 이유이기도 하다. 2월 10일부터 3월 6일까지. 갤러리 비원. 02)732-127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