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시민혁명과 예술혁명은 예술의 모티프이자 자양분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끈느 자유의 여신>
지금 전 세계의 이목은 중동과 아프리카에 쏠리고 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시민혁명은 이집트로 퍼져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이란과 예멘, 바레인 등 중동 지역과 알제리,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바야흐로 시민혁명의 봄이 온 듯한 분위기다.

특히 이번 민주화의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것은 이집트였다. 30년 동안 독재로 집권한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해온 이집트 시민들은 목숨을 위협하는 공권력의 폭력 진압에도 굴하지 않고 기어이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켜 무바라크 정권을 끌어내렸다. 아직도 민주화는 진행 중인 상태지만, 역사의 주체로 나선 민중의 힘은 이집트의 미래를 이끌 원동력으로 추앙되고 있다.

'혁명'은 언제나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단어다. 고금을 막론하고 누군가에게는 대책 없는 희망을, 누군가에게는 막연한 공포를 심어주는 이중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민중의 봉기는 역사와 예술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나는 사건이었다.

이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다. 프랑스 7월 혁명을 담고 있는 이 그림은 대혁명 이후 귀족 계급에 맞서 근대사회를 주도적으로 재편한 시민계급의 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연대한 시민들의 힘은 현대에 와서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혁명으로 평가되기도 하는 68혁명이 대표적인 예다. 68혁명은 베트남전 반대를 중심으로 권위주의 타파, 기성 질서에 대한 거부 그리고 새로운 창의성과 상상력의 확대를 구호로 유럽과 아메리카, 일본, 중국 등이 서로 연결되고 관련된 운동이었다.

영화 <몽상가들>
특히 '상상력에 권력을',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 '파괴의 열정은 창조적 희열이다'.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경찰을 없애야 한다' 등의 낭만적 구호는 지금까지도 예술가들의 좋은 모티프가 되고 있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은 이런 68혁명의 정신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68혁명을 일으킨 젊은 세대를 상징하는 주인공들은 베트남전을 수수방관하는 기성세대들의 위선적 행태를 꼬집으며 사회가 금기시하는 모든 것들, 즉 섹스와 동성애, 마리화나 등의 일탈행위를 논하며 저항한다.

이들이 장 뤽 고다르의 <국외자(Bande a Par)>를 모방해 루브르 박물관 안을 달리는 장면은 전통에서 벗어나려는 청년들의 의지를 나타낸다.

68혁명에 영향을 받은 일본 고교생들의 해프닝과 성장담을 담은 무라카미 류의 <69> 역시 '68정신'의 위엄을 보여준다. 성적 체위의 기호를 연상시키는 69는 영화에서 17세 소년들의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인 동시에, 아시아 68운동의 기수로 불렸던 전공투(전국학생공동투쟁회의)가 활약한 시대를 반영하는 이중적인 기호였다.

하지만 들라크루아의 그림에서처럼, 혁명은 본질적으로 피를 부르는 과정이다. 영화 <바더 마인호프>는 '베트남전 반대'라는 대의를 위해 테러를 감행하는 과격한 이상주의자들의 파멸을 보여준다. 그래서 혁명은 입장에 따라 각각 '지켜내야 할 유산'이라는 시각과 '무질서가 판을 친 폭력사태'라는 인식으로 양분돼 있다.

하지만 기존 사회의 한계를 극복하기 스스로 거리로 나온 동시대 시민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폭력에 심취한 군중의 모습보다는 그들을 거리로 끌어낸 존재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송준호 기자 tris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