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정 개인전]'건축가의 책상', 도자, 오브제 등 32점 새롭게 선보여

화이트 큐브에 들어선 또 하나의 하얀 집. 4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집 속엔 창백하고 희미한 빛만이 가득 차 있다. 안으로 발을 들인 관람객은 곧 작품의 일부가 되어 움직인다.

하얀 집 속의 작고 하얀 의자에 잠시 몸을 맡겨본다. 전시장에서 만난 의외의 고요함은 곧 관람객을 독특한 명상체험에 빠져들게 한다. 순수한 공간성을 경험케 하는 이 하얀 집. 흰색이 안기는 단조로우면서 몽환적인 분위기, 곧 주위를 침묵하게 하는 명상성은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테마다.

일우스페이스에서 전시 중인 이헌정 개인전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2009년 스위스 '디자인 마이애미 바젤' 아트페어에서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가 그가 제작한 '아트 벤치'를 컬렉션해 화제가 됐던 작가, 이헌정. 음식을 담는 도자기를 만들던 손은 가구를 거쳐 이제 사람을 담는 집을 짓는다. 도예에서 가구 제작으로, 이어 건축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도예에서 조각을 전공한 그는 지난해에 건축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 변?결과물들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기존에 볼 수 없던 공간에 대한 개념적인 일련의 작업은 도자, 목재, 회화, 건축 등으로 빚어졌다.

콘크리트 바닥에 세워진 검고 미니멀한 도시, 추상표현주의적인 회화 작품, 과학자의 실험실인 듯 각기 다른 실험용 비커가 하나의 고무관으로 연결된 탁자, 건축적으로 지어낸 도자 조형물, 초콜릿으로 만든 만다라상, 영상카메라를 장착한 작은 기차, 그 영상을 보여주는 작은 나무 구조물까지. 그가 실험하는 공간성의 표현 범주는 몇 가지로 집약될 수 없다.

다소 추상적인 주제를 위해 그가 사용하는 재료 중엔 젤리와 키세스 초콜릿, 면봉도 있다. 작가로서의 독특한 행보만큼이나 재료의 선택에도 주저함이 없다.

이헌정을 '유목적 예술가(Nomadic Artist)'라 칭하는 장동광(큐레이터, 미술평론가) 씨는 그의 작품세계가 "전시형식의 다양성, 장르적 변주성, 재료적 복합성 등을 통해 현대미술의 수평과 수직을 가로지르며 자유로운 조형의식을 발현해왔다"고 설명한다.

'건축가의 책상' 외에 도자, 오브제, 설치작품 등 총 32점을 새롭게 선보이는 이헌정의 개인전은 대한항공 서소문 빌딩 1층에 있는 일우스페이스에서 3월 2일까지 이어진다. T. 02-753-6502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