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관계_140×100'
화면을 이루는 모든 것이 최소한이다. 색채도 한두 가지로 완결하는가 하면, 소재마저도 지극히 평범하다. 의자, 책상, 꽃, 꽃병, 새, 바람 등등. 이 모든 평범한 소재들은 최소한의 모양을 지닌 채 간신히 제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가는 캔버스 대신 우리의 일상과 더욱 맞닿아 있는 종이를 사용하며, 무채색의 유화드로잉, 혹은 연필로 그려내고 있다.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 그러나 이러한 친숙한 소재로 엮어내는 새로운 이야기들은 가히 놀랍다. 마치 생략과 암시의 미학이 스민 시 한편을 연상시킨다.

2004년부터 발표한 연작 시리즈로 제작된 '일상적 관계'는 이처럼 절제된 미학을 담아내고 있다. 하의수 그림의 치명적인 매력은 투박하고도 묵직한 그 무게에 있다.

보통 예술가들은 사물과의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화폭에 말을 건다. 그러나 하의수 작가는 화면 속에 담긴 그네들끼리의 대화에 주목한다. 즉, 작가와 소재와의 대화가 아닌 소재끼리의 대화를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다. 그의 화면에 수시로 등장하는 한 마리 새는 의자 앞이나 책상 앞을 서성대며 말을 걸고 있다.

다리를 가지고 편안하게 고정되어 있는 사물과 공간의 제약 없이 무한의 자유를 누리는 생명의 대화. 서로의 다름을 바라보는 사물들의 시선 속엔 '끌림'이 존재한다.

내가 아닌 너에 대한, 내가 가질 수 없는 너의 것에 대한 끌림. 이 모든 것은 일상적 관계를 맺고, 그의 그림 안에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다. 2월 16일부터 3월 5일까지. 문 화인아츠. 02)554-6106



이인선 기자 kelly@hk.co.kr